거창수승대를 다녀왔다.
추석이 오기전 이번 명절은 특별하게 보내보자는 제안을 냈었다.
내 주변에 부모님이 다 살아계신 친구들이 드물다
더군다나 팔십을 넘겨 장수하는 부부는 더욱 드물다.
맏이인 덕분에 아버지는 올해 일흔다섯이시다.
하여 명절은 차례만 지내고 가족여행해보면 어떨까 했고 모두들 흔쾌히 응했다.
수령이 500년이나 넘은 은행나무
부모님은 우리 형제들에게 든든한 중심축이시다.
물좋은 수승대를 한 바퀴 산책했다.
궁금한건 만져보고 타보고 하면서 돌았더니 한시간 남짓 걸렸다
위락시설도 갖춰져 있어 예전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추석날 오후였는데
모두 다 어디가고 우리식구들 뿐인가 싶은 곳이었다. 호젓해서 좋았다.
그네를 보고 제일 먼저 반응한 이는 엄마였다.ㅎㅎ
일흔 셋 엄마 처녀적 그네에 일가견 있으셨단다.
아버지께서 시동을 걸어 주셨는데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울렁 울렁 나도 타 봤는데 생각만큼 몸이 안따라 주었지만
놀이동산 바이킹처럼 저 끝에서 앞으로 치달을 때의 기분이 괜찮았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결,,
내가 바람이 된 느낌이랄까.
으앙~~ "무서워"
눈에 보이는 건 다 해보고 싶은 조카 세상 모든 것이 경이로울 나이
이 아이의 눈에 식구들이 다 모인 이 모임은 어떻게 보였을까
예전보다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 훤씬 더 발랄했다.
보기에 좋았다.
칠 팔월엔 빌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인 곳이다.
여기쯤에 자리를 잡을 정도라면 최고의 자리라고 하겠다.
멀리 거북바위 머리가 보인다.
해거름이었는데도 사진은 그런대로 괜찮다.
한 35년 전 쯤이었다.
저 맞은편 소나무 숲으로 웅양 성진교회 여름성경학교 마지막날 소풍을 왔었다.
그때 처음으로 수승대엘 왔었는데 풍광이 좋아서 이후로 고교시절 대구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결혼해서는 가족들을 데려오기도 하고, 여기서 고향친구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렇게 나이들어 지천명을 가까이 두고 오게도 되었다.
수승대 절경은 말을 잊게할 정도다.
자연이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잠시 머물다 가는...
수승대에서 거창 국제 연극제가 열린지도 오래되었들 것이다.
야외 공연장도 있고 이 절경과 함께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게 만든 발상
멋진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노천 공연장이다.
써빙은 남자들이 하기로 약속을 하고 갔다
다녀와서 두 올캐가 "오케이" 하면 앞으로도 명절 나들이를 쭈욱 진행할거라고 남동생들한데 당부를 했었다.
감성 풍부한 아버지 감동하셔서 좋아하시고
매년 오자며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국어시간에 외웠던 시조를 읖조리셨다
대적하여 을퍼 줄 이가 없어서 아쉬운 자리였다.
엄마가 싸리나무로 만든 우리집 유흥가보 1호 윷가락을 챙겨오셨다.
명절만 되면 남 녀로 나눠서 두당 만원씩내고 윷놀이를 한다.
이기거나 져도 제 짝지 것 따먹는 것이니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의기투함하기 좋은 경기다.
사형제에 엄마 아버지까지 다섯쌍이 한다.
오래 놀기 위하여 5판 3선승에 만원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여자들이 두 번 다 이겼다.
주워 온 밤이 신기했던지 두 손 가득 담아서 내미는 조카다.
함께 호응해주고 어울려주는 모두의 마음이 이런 추억을 만들었다.
두 올케 다 헤어질때 "좋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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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손에 가득 움켜진 알밤처럼 아름찬 시간이었다.
지금 행복해 하는 부모님 모습!
더 바랄게 있을까 건강뿐이다.
형제들도 무탈하게 건강하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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