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내 동생의 둘째 돌잔치에 다녀왔다. 큰 애는 대행 업체에서 하느라 분주했는데 오늘은 단촐하게 가족끼리만 했다. 음식도 좋았고, 아이도 지치지 않아서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수고한 올캐와 동생네 가족을 생각하며 첫 생일을 맞은 찬홍이 입장이 되어서 구성해 보았다.
엄마랑 아빠는 어제부터 바쁘신것 같더니 오늘은 우리집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내가 태어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것은 처음이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아서 뭔지 모르지만 야단법석이다.
거실에서 엄마가 처음보는 옷을 입혀 주었는데.
주변의 찬사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번쩍 들려서 큰방 입구에 놓여졌다.
작은 유모차를 잡고 걸을 수도 있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다.
이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아빠랑 외할머니, 할머니도 보이고 고모도 보인다.
외헐머니는 돈을 묶은 실타래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주셨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더러 어쩌라는 것 같긴 한데
모두들 나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나를 유혹하는 저것들은 뭘까.
한 번 가 볼까나.
어른들의 환호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간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큰고모는 시커먼 기계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오긴 왔는데 뭘 해야 할까.
할머니께서 내 앞으로 상을 쑤욱 밀어 주신다.
요 상위에 것들은 생경스런 물건들이다.
맘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보라는 것 같은데
무얼 집을까.
할머니는 길쭉한 저것을 상 끄터머리로 내밀어 주시는데.
나는 요 둥근것에 마음에 든다.
고민된다.
이것을 집어도 될까.
어른들의 환호가 엄청나다. 시끄럽다.
'에라 모르겠다'
이게 제일 맘에 드는 걸..
근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아빠는 신 났다.
'마패' '권력'이라는 단어가 오간다.
할머니가 원했던 저 길죽한 것도 한 번 잡아보자!
아무리 봐도 이 상의 주인공은 나 인것 같다.
저 앞에 미여국과 밥 떡이 놓인 상은 할머니가 '삼신할머니상'이라고 했고,
오색찬란한 요 두개는 내 상 같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누군가가 번쩍 나를 여기다 옮겨 주었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다.
최고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이번엔 방망이를 휘둘러 본다.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반응이 좋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나를 보려 모인 것 같다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하고 시끄럽긴 하지만 이정도는 기꺼이 견딜만 하다.
' 한 번 웃어주면 보답이 될까'
' 덕분에 저도 기분이 짱이랍니다'
* 돌아와 정리하면서 든생각은 말을 못할뿐 듣고 느끼는 건 어른하고 똑 같다 했는데
찬홍이에게 생일이라고 얘기해주는 걸 잊었다. 에이 노파심이다.
영민한 엄마가 해 주었을 것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