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엘리자베스 2세)이 어느날
궁안에서 웨스터민스터 시영 이동도서관차를 찾게(애완견으로 인해) 된다.
그곳에서 독서중인 노먼(주방에서 일하던 청년)을 만나고, 이어 책을 빌려가면서
그야말로 독자(일반적이지 않은 독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여왕을 통해서 독서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처음엔 본의 아니게 책을 빌렸고, 일주일 후 책을 반납하러온 상황이다.
여왕은 책을 정말 또 빌릴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기에 온 이상 빌리지 않는 것보다 빌리는 것이 더 쉽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생각하자, 지난주처럼 막막했다.
사실 여왕은 책을 정말이지 전혀 원하지 않았으며,
다 읽기에 너무 힘들었던 아이비 콤프턴버넷의 책을 또 빌리는 것은 확실히 싫었다.
따라서 여왕의 시선이 재발간된 낸시 미트퍼드의 '사랑의 추구'에 머물게 된 건 다행이었다.
여왕은 그 책을 집었다. " 이거로군. 이 사람 여동생이 모슬리家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나?"
허칭스는 맞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 그리고 또 다른 여동생의 시어머니가 우리 왕실의 여관장이었지?"
" 저는 모릅니다. 폐하?"
" 그리고 히틀러에게 휘둘린 좀 안된 여동생도 있고, 또 한 여동생은 공산주의자가 되었지.
그러고도 여동생이 또 있는 것 같던데. 어쨌거나 이 사람은 낸시 미트퍼드지?"
" 예 폐하."
" 좋군."
이렇게 연관이 많은 소설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었고, 그만큼 여왕은 안심이 되었다.
잘 알고 있는 저자를 만나게 되는반가움 같은 것이다.
여왕은 이동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노먼(이동 도서관 유일 고객)을 승격시켜 곁에 둔다.
그리고 책을 빌릴때마다 그와 상의한다. 그리고 독서량은 다양한 분야로 넓혀간다
한 권의 책속엔 적어도 한 권 이상의 책 길잡이가 있기 마련이므로..
마땅히 알려주는 이 없어도 우리는 다음에 읽을 책과 작가를 스스로 정하게 되는 것이다.
노먼에게 런던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빌려 오라고 했다.
여왕은 런던 도서관 후원자였지만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거의 없으며, 노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노먼은 런던 도서관의 너무도 예스러운 모습을 보고는 감탄과 흥분에 휩싸여 돌아와서,
책에서만 읽었고 과거의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그런 도서관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신이(혹은 여왕 폐하가) 이 책들을 마음대로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경탄하며
미로 같은 서가를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노먼의 열광은 전염성이 아주 강해서 여왕은 다음번에 노먼과 같이 도서관에 가겠다는 생각까지 품게 됐다.
여왕은 포스터의 전기에서, 포스터가 '여왕이 남자였다면 사랑에 빠졋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읽고는 놀라면서도 즐거웠다.
뒤늦게 그 작가가 쓴 글
특히나 나에 대한 마음을 보았을때 느끼는 마음이 잘 드러난 얘기다.
당연히 포스터는 여왕의 면전에서 그 말을 실재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 점은 여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독서를 더 많이 할 수록
여왕은 자신이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한것이 후회스러웠고
몇몇 작가들이 나중에 글로 적은 바를 자기 앞에서 말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하고 바랐다.
또한 여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의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그러나 자신이 놓친 많은 기회에 후회와 억울함도 있었다.
여왕은 어릴 적 존 메이스필드와 월터 존 데라메어도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리 할 말이 없었지만 T.S 엘리엇도 만났고,
프리슬리와 필립 라킨, 테드 휴스도 있었다.
여왕은 이 사람들에게 조금 반했지만,
그 사람들은 여왕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기만 했다.
당시 여왕은 그 사람들이 쓴 것을 거의 읽지 않았으므로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없었고,
물론 그 사람들도 여왕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 낭비가 있었다니..
여왕은 이전에 만난 무수한 작가들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그들이 책을 읽지 않았기에 브리핑만 듣고 만난것을 후회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스스로 깨닫는다.
"브리핑은 요점만 간추린 것이고,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 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책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 때문이라고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은 연방이고, 문자는 공화국이라고.
--책은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독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여왕이 수행원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은 채. 오랫동안 정해져 있던 질문들을 버리고,
새로운 이야깃 거리. 예를 들면,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를 꺼내는 일이 일어났다.
--- 드물긴 하지만 대화가 길어진 것은 대화를 나눈 사람이
'버지니아 울프'나 '디킨스'를 좋아한다고 밝힌 적뿐이다.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면 활기찬( 그리고 길기도 한) 토론이 벌어졌다.
정신적 교감을 느끼고 싶어서 '헤리포터'를 읽고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환타지를 읽을 시간이 없었던 여왕은 그 말에 한결같이 짧게 대답했다.
"나도 비오는 날을 대비해서 아껴두고 있어요."
여왕에게 독서란, 작가에게 글쓰기와 같은 의미였다.
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가 글을 쓸 숙명을 받아들이듯
여왕은 책을 읽을 숙명을 인생의 이 황혼기에 받아들였다
--나는 문학이 광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여왕의 독서에는 슬픔도 있었다.
여왕은 난생처음 자신이 놓친 좋은 삶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비아 플라스의 여러 전기 중 한 권을 읽을 때에는 그 삶을 비켜간 것에 꽤 만족했지만,
로렌 바콜의 자서전을 읽으면서는 바콜 여사가 훨씬 더 달콤한 삶을 살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대일로 만났을 때는 작가들 대개가 수줍고 소심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함께 모여 있으니 왁자지껄하고 수다스러웠으며..
--여왕을 끼워주려고 애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왕은 자기 연회에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
작가들을 만나기 위한 연회를 열었지만 막상
만나본 작가들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ㅎㅎ
재밌다.
문학에서 작가론과 작품론이라는 것이 있는데
독자가 작품에만 치우쳐서 평하는것을 작품론이라고 한다면
작품은 제쳐놓고 작가에게만 치우치는 것을 작가론이라고 한다.
어느것에든 치우치면 작품도 작가도 왜곡되기 쉬은 편향성을 갇는 셈이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작가! 물론 일대일로 만났다면 이렇게 연회장에서 만나는 것은 다를 것이다.
어쨌거나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상황에서 여왕은 단박에 느끼게 된다.
'자기 연회에 손님이 된 것 같은'
일반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단박에 알아차린다.
--여왕은 금방 마음을 정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작가란 소설 속 인물처럼
독자의 상상 속 인물일 뿐이라고,
작가는 자기 작품을 읽은 독자를 고맙게 여기지도 않는 것 같았다.
독자가 그 작품을 쓴 작가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거리두기다
무엇이든 다 그렇다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왜곡되게 볼 수 밖에 없다.
심한 경우는 사람을 너무 잘 알면 그가 쓴 글은 보지 않게 되는 고약한 현상도 생긴다.
옳은 짓은 아니지만 그럴때 있다.
그러므로 거리두기는 사람에도 사물에도 그 어느 곳에도 필요하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든 작가가 생겼는데. 그 작가가 쓴 책이 그 한 권 만 있는 게 아니라, 알고 보니 적어도 열 권은 넘게 있는 거예요.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여왕은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여왕은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작가의 말들(농담 아닌 말도 있었다)에
웃으며 아비의 소설을 쉽게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인생을 적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여왕은 노먼이 어떤지. 아니, 어느 누가 어떤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제 여왕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여왕이 전보다 사람의 감정을 더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었습니다.
책 덕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생이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책은 거기까지만 짐을 이끌 뿐이었죠 그래서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아니 쓰려고 애쓰는 사람이 될 때가 말이죠."
드디어 독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에 입문하려는 여왕의 각오다.
파티석상에서 여왕은 책을 쓸것이라고 발표를 하고,
총리는 왕가에서 책을 발간한 일은 없다고 일침을 가하지만
그렇지 않았노라며 역대 선조들의 것을 책이라고
꼬집어 말하기엔 그렇지만 글을 써왔다고 반박한다.
여왕은 총리를 엄하게 바라보았다.
" 내 삼촌인 윈저 공도 있지요. 윈저 공은 '왕의 이야기'라는 책을 썼죠. 자기 결혼과 그에 따른 모험들의 역사,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책은 분명히 선례로 꼽을 수 있겠죠.?"
" 예, 폐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다른 것은, 그 분은 윈저 공으로 책을 썼습니다.
왕위를 버렸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겁니다."
" 아, 내가 그 말을 안 했던가요? "
여왕이 말했다.
" 그럼, 오늘 이자리에 다 모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독서로 인해 일어나는 플롯도 재미있다. 여운이 크다
글쓰기를 하겠다고 공표한 이 자리에서
"아, 내가 그말을 안했던 가요? "
다음에 나올말은 뭘까.
왕위까지도 버리겠다는 것으로 연결되어야 가장 자연스런 문장같은데
소설은 이문장으로 끝이다.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다.
저자'앨런 베넷'은 희곡과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라고 한다
대충 눈에 띄는 문장을 옮겨 봤다.
책 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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