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김장김치...

구름뜰 2013. 12. 1. 19:43

 

 

 

"가정 부인들은 구공탄, 빨랫비누, 그 어휘는 몇 마디 안 되지만 하루 종일 말을 하고 있다.

이삼 일이면 끝낼 김장을 한 달 전부터 김장이란 말을 자꾸자꾸 되풀이하고,

그 김장을 다 먹을 때까지 날마다 날마다 김치라는 말을 한다"

피천득 인연 '이야기' 중에서

 

 

 

 

 

작년부터 친정에 김장하는 날에 맞춰 나는 우리집 양념을 해 놓는다.

그리고는 친정에가서 김장 도와드리고 절인배추를 얻어와 우리집 김장을 한다.

 

엄마는 백 포기쯤 해서 나눠주신다.

혼자서 준비하는 작업량에 그저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엄마는 내가 아무리 봐도 일을 겁내지 않고,

자식들 나눠주는 재미에 보람을 느끼시는 것 같다.

 

 

 

 

올해도 열포기 남짓 얻어왔다.

엄마의 작업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는 이것 얻어오고서도 혼자는 엄두가 안나서 이웃사촌을 불렀다.

 

혼자하면 노동이고 함께하면 놀이가 되는 일이 이런 일이다. ㅎㅎ

후다닥 뚝딱이다..

 

 

 

 

 

 

이런 고마운 손길이라니..

갈수록 진화하는 기술이랄까. 

비닐을 깔아서 버무리니 설겆이라야 양념통 하나 뿐이다.

 

남은 양념으로는 애초에 계획에 없던 깍두기까지 담아주고 가는 

이쁘고 야무진 살림꾼사촌들이다.

내일처럼 거들어주고 손길주는 이런 고마운 마음들이 더했으니 어찌 김치맛이 좋지 않을까.  

 

 

 

 

요 깍두기가 익으면 함께 모여서 수제비를 끓여먹기로 했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에 나오는 가정주부들이 두 달 동안 김치 얘기만 한다는 얘기는

주부들의 '화제의 빈곤'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김장이 주부들에겐 겨울양식인거나 마찬가지여서

준비해야되는 것이어서 이기도 하다.

 

해놓고 나면 할일 제대로 한 것 같으니

피곤하기야 하지만 든든하다.

 

 

 

 

하루 종일 친정에서도 우리집에서도 무, 배추이야기만 했다. ㅎㅎ

이틀정도만 고생하면 추운 겨울내도록 든든한 찬,

김치가 우리 밥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두달쯤 얘기해도

김치맛은 갈수록 감칠맛이 나니, 김치는 주부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찬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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