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18집 출판기념회가 지난 목요일 삿뽀르에서 있었다.
이규리 시인과 구미도립도서관장, 박태환 교육위원이 참석하셨고 어느해 보다 조촐한 자리였다.
4년 전 이었겠다 . 15집 출판기념회 때 백옥경회장님 초대를 받아서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그날 그자리에서 이규리 선생님을 처음 만났었다. 격세지감이다. 그때는 객인것 같았는데 그제는 주인이 된 것 같으니 말이다.
이규리 시인께서 오전 강의까지 해 주셨다. 장하빈 시인은 매일신문사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시어 겹치는 바람에 불참하셨다. 날잡을 때 당신 때문에 날짜 바꾸면 미안하시다고 아무 말씀도 않으셨단다. 마음은 여기 와 계셨으리란 걸 뉘라서 모를까..
회원들이 하나 둘 들어서고, 준비해 온 책 한권씩을 올려놓았다. 올해는 '책 나뭄 이벤트'를 가졌다.
독서회 모임이니 만큼 모두들 선물하고 싶은 책을 한 권 이상 가져오기로 했다. 선정이유도 편지로 적어 오기로 했다.
오늘의 주인공 느티나무 18집이다.
작년까지, 그러니까 17집 까지는 구미도립도서관에서 책을 내 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예산이 삭감되었고, 우리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동인지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출판물이 된 셈이다.
박태환 교육위원도 시로 인사를 하셨고, 도립도서관장님도 인삿말 말미에 시를 한 편 가지고 오셨다
장하빈 선생님께 낭송해 달라고 할 요량이었다고 하셨다, 대신하여 신영이 회원이 대신 낭송했다.
수고한 배경애 회장님에게 소정의 감사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외모는 수수하고 소박하지만
독서토론자리만 되면 활발하게 토론을 펼칠줄 아는 우리 느티나무 독서회원들
지적 호기심은 워낙 알아서들 넘치고 있느니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미적 호기심도 지금보다 넘쳤으면 좋겠다..ㅎㅎㅎ
마지막으로는 오늘의 이벤트 책나눔 시간이었다
책을 고르고 편지를 읽고 또 그 편지의 주인공이 나와서 책을 고르고
그렇게 우리만의 동색으로 재밌는 시간 가졌다.
도서관장님 왈, 도서관 타 동아리보다 제일 수수하다는 평을 주셨다.
내가 봐도 우리 회원들은 독서토론하는 날 책은 다 읽어와도 화장은 안하고 오는 이가 많다
아직 젊고 예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루즈라도 바르는 것을 좋아한다. 하여 일주일 전부터 엄포를 놓았다, 화장안하면 입장 불가라고,,ㅎㅎ
캬~ 다들 얼마나 이쁘게 하고 왔는지,
아쉬운 건 담임인 장하빈 선생님이 빨간 루즈 칠한 동인들을 못 본 것이고. 두번째는 조명이다.
기록으로라도 남길려면 빛이라도 좋아야 하는 데 이게 다다.
빛이 모자라 빛나는 미모가 빛이 안난다. 원참 원망이나 안들을 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카메라 정도여서 이 정도 빛이라도 잡아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루즈 발라도 소용 없게 사진은 나왔지만, 그래도 좋다. 빨갛게 남을 추억 때문에...
책 나눔 이벤트에 무슨책을 가져 갈가 하다가
오래전 친구가 꼭 읽어보라고 권해준 김형경의 '사랑을 선책하는 기준 1'을 3권 주문했다.
마침 이규리 선생님이 못 읽었다고 하여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한 권은 박정순 새내기 회원이 가져갔다.
이래저래 올해는 '함시사'가 느티나무에 합류하면서 동색이라는 동질감을 원없이 느꼈다. 연결고리가 되어준 이규리 시인과 장하빈 시인께도 감사할 일이다.
네루타의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는 것처럼, 시와 함께 선생님도 오고 동무들이 왔다. 그리고 우린 지금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시간이 우리의 다음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 중기인 40-60대에 이렇게 놀줄 안다는 것도 복이다. 누군가 느티나무 100집까지 기대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때까지 살거냐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이대로만 잘 놀줄 안다면, 갈수록 우리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 표지이야기
갑자기 표지 부탁을 받고 카메라를 들고 도서관 담당사서(모래씨)를 찾아갔다. 을씨년 스런 날씨였었다. 일단 17집까지 달라고 했더니 다 있을지 모르겠다더니 한참만에야 도서관 소장용까지 더해 17권을 가지고 왔다.
이것을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 책을 들고 도서관을 한바퀴 돌 요량으로 나왔다. 뒷편 방갈로에는 흡연하는 사람들이 있어 별로였다. 주차장 옆 사월이면 백목련이 환했던 곳은 단풍은 흔적도 없고 황량했다. 그래도 저 낡은 벤취가 느티나무 역사와 어울릴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다 책을 올려 놓고, 옆이 허전에서 핸드백을 놓고 찍은 딱 한 컷이 요것이다.
소장용이라 안된다는 걸 다음주에 가져올테니 일단 믿어달라고 했더니 모래씨 머뭇하더니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집으로 와 찍은 것이 요것이다. 요것은 뒷 표지에 들어갔다. ㅎㅎ
우여곡절 끝에 표지까지 더하고 보니 뿌듯하다. 책잡는 손맛도 좋다. 한해 동안의 결실이라 모든 회원들이 다 이런맘일 것이다. 좋은 선생님이 계시고 동인들이 있으니, 내년 느티나무도 기대가 된다. 다만 이규리 선생님 말마따나 스스로 베이스를 얼마나 잘 가꿀 것인가 그것만이 숙제다.
수업에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문학은 자신을 끌어 올리는 일입니다. 시 한 편 수필 한 편 쓰는 일이 그렇습니다. 쓰고 나면 달라져 있게 됩니다. 문학의 본질은 삶이나 생각을 아름답게 고양시키는 것입니다.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은 내 삶을 들어올리는 것 같은 일입니다. 누추해도 자존심 상하지 않으며, 불켜진 것처럼 환해지는 일입니다. 그것은 안먹어도 배고프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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