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피운다는 것은

구름뜰 2014. 2. 24. 11:21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어둠이 찰지게 들어있는 방에서 꽃은

게으른 손목에 잡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이 스민 계절은 부풀고

어디에도 합류하지 못한 이력서 같은

천리향 나무 잎사귀 몇 장이

형광등 불빛에 말라 떨어지고 있다

손톱만한 잎사귀의 먼지를 닦아내면

바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

목마름을 견디며 버틴 푸른 힘줄이 보인다

비정규직 자리에 새 흙을 끌어와 분갈이를 한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나무에 물이 오르면

꽃잎 하나가 어둠을 빠져나와

봄의 이마에 붉은 웃음을 낙점하고 확대한다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에게나 꽃피울 자리는 있다

-송지은(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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