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유럽여행 1일차 인천에서 프랑스령 스트라스부르의 밤까지

구름뜰 2015. 11. 27. 08:20

 유럽 다녀온 지가 한 달이나 지났는데 이제사 사진을 볼 여유가 생긴다. 여자 네명이 떠난 자유여행 10월 19일부터 12일간의 시간은 내겐 선물같은 날들이었다.  

 

  하루 하루 증거처럼 남은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려 한다. 기록물의 소중함! 쓰지 않으면 소용 없음을 알기에 시간 날때마다 12일 간의 일정을 기록할 셈이다. 

 

 

 

 

 남편에겐 누나가 네분 있고 막내시누이가 올해 환갑이다. 이에 조카가 엄마와 유럽여행을 계획했다. 홍대 미대를 나온 조카는 아직 싱글인데 가끔 조카와 공감 소통하는 것 만으로도 나는 좀 젊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조카는 두루두루 참 미쁘다. 

 

 두 사람이 떠날 여행이었는데 시누이가 같이 가자는 얘기를 1년 전에 했었다. 남편 혼자두고 어찌 싶은데 "너 혼자 좀 지내 보라" 며 내 손을 잡아당겼다. 그렇게 셋이 떠날 예정이었다. 한데 올해초 교직을 명예퇴직한 손위 형님까지 합세하여 일행은 넷이 되었다. 잘 키운 딸은 없어도 잘 둔 시누이 덕분에 비행기를 탄 셈이다.ㅎㅎ  

 

  인천공항 행 KTX는 김천구미역사에 가야 했다. 택시를 탔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역사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었다. 어쨌거나 아침 8시쯤 도착 역사에 들어서는 데 우연히 지인을 만났다. 역사에서 커피 한 잔, 매우 일상적이지 않은 이 여행이 어떻게 이어질지 설렘을  증폭시켜 준 커피타임이었다. 

 

 

 

 

 우리 살아가는 날들도 여러 변수로 자의든 타의든 삶의 궤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번 여행 중에 일어나거나 닥칠 일들이 내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고 각인될 지 은근한 설렘과 기대 등으로 들떠 있었다.

 

  그 변수는 출발전부터 시작 된셈이다. 월요일 출발이었고 비행기 예약을 수 개월 전 해뒀는데 토요일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혹시, 아시아나가 맞느냐?" 고 맞다면 표를 보내 보라는 지인의 톡을 받았다. 그리고 떠나기 하루 전날인 일요일 아침 "공항에 가거든 비지니스 창구로 가서 수속 밟고 공항 비지니스 라운지를 이용하세요"라는 톡이 왔다. 

 

 

 

 긴가민가 하면서 꼬불꼬불 줄선 이코노미 창구를 뒤로하고, 반대편 줄선 이 한 명도 없는 비지니스 창구로 갔다. 이코노미 좌석표인 우리의 수속을 받아 줄때까지만 해도 기다리는 시간을 배려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고 일단 우리는 매우 상기되어 있었고 출국심사를 받고 '공항비지니스라운지'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다.  

 

 위 사진이 라운지 내부다. 조용한 휴식처 같았다. 음식은 뷔페였고, 무엇이든 필요한 건 다 있는것 같았다. 츄리닝을 입은 이도 있고 수면실 같은 곳에서 수면을 취하는 이도 있고, 신문 보는 이, 샤워실 등 여행 중 시간이나 공간 이동에 필요한 제반시설들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창밖으로 비행기들이 보이는 3층 정도의 높이였는데 뭐든 공짜인 이 공간이 주는 놀라운 여유로움을 우린 즐겼다. 맘껏, '여자 넷'이 좋은 건 이럴때다. 놀기에도 어떤 일에 집중하기에도 매우 조용할 수도 격있을 수도 우아할 수도 있는 숫자다 ㅎㅎㅎ   

 

 

 

 

 인천에서 12시 반 출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행이었다. 조카는 서울에서,  형님은 춘천에서 시누이와 나는 동대구역과 김천구미역사에서 각각 타서 합류했다. 감도 안오는 11시간의 비행을 앞두고 그 시간이 어떻게 이어질 지 기대감도 증폭되고, 적당히 배도 고프고, 창밖으론 비행기가 보이고, 솔직히 입맛보다 눈 앞 비행기에 홀린 시간이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데 두어달 전에 생긴 왼팔의 엘보가 낫지를 않아서 나는 여행을 앞두고 뼈주사를 맞았다. 캐리어의 무게도 최소한 줄였다. 카메라도 무게 때문에 포기 휴대폰을 바꿨다. 휴대폰이 카메라까지 흡수한 세월이다. 폰의 진화는 얼마나 더 계속될 지 편리가 주는 것에 익숙하다가 가끔 불편함 앞에서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있다.

 

 

 

 

 

 이러고 줄서서 들어갈 때만 해도 몰랐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시누이가 앞서고 내가 두번째로 섰는데 스튜어디스가 표를 확인하고 "왼쪽으로 가세요" 라고 했다. 순간 섬광처럼 번뜩이는...... 스프라이즈라면 이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이번 여행의 백미는 당연 비지니스석이다. 유렵이 세번째인 형님은 라운지 이용만으로도 특혜라며 '비지니스석을 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내 말을 일축시켰다. 아는 사람이 큰소리 친다고 그려려니 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것도 내 자리는 제일 앞쪽 창가였다. 비지니스 석은 3칸 3줄로 창쪽으로 2좌석 가운데가 3좌석이었고 모두 21개의 좌석이 있었다.  나 혼자도 아니고 넷을 다 비지니스석으로 배려한 지인을 어쩌면 좋을지. '관계자'라고 다 이런 혜택을 누리진 않을 터인데. 자리를 선뜻 내어준 지인에게 어떤 감사를 드려야 할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튜어디어스에게 인증샷을 부탁했다. ㅎㅎㅎ.

 

 

 

 

 기내식은 두끼였다. 유럽행은 원해 이런지. 비지니스석이라 그런지 도시락 형태가 아니었다. 한국을 떠나면서 제대로 된 한식을 먹는 기분에다 자리가 주는 만족감까지 더해서 이미 날고 있었지만 또 날고 있는 심정이랄까. 이전에 먹어본 어떤 기내식보다 먹을 만 했다.

 

 

 

 

 

 

 

  좌석은 누이면 침대처럼 거의 평행이 되었다. 등이나 다리등 부분별로 각을 조절할 수도 있었고 아무리 눕혀도 뒷자리에 방해 주지 않고 발이 앞으로 뻗어 나가도록 설계된 의자였다. 실내화도 준비되어 있었고 화장실에는 치약 칫솔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11시간의 비행에서 내겐 이만큼의 공간이 주어졌다. 이 공간에 대한 지인의 마음과 배려를 잊지 않을 것이다. 

 

 

 

 

 

 

 

 

 

 

 

 독일 풍경이다. 11시간 달려왔지만 시차가 7시간이어서 오후 5시 넘은 시간이었다. 공항에 내려서 다시 열차로 프랑스령 '스트라스부르'로 가는게 이날의일정이었다. 남해 독일 마을의 색감에 익숙해서 그런지 낯설지는 않았다. 공항은 회색빛이었고 사람들도 그리 보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차분하고 검소하고 안정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프랑크프루트 공항은 1909년에 설립 1912년부터 운영된 백년 넘은 역사를 가진 공항이라고 한다. 독일 역사와 함께 개항, 운항, 공사 중단 등 역사를 가지고 있고, 2차 대전 때는 프랑스 공군이 폭격기능이 파괴되고 44년엔 연합군의 습격으로 활주로가 파괴, 냉전 당시에는 미 공군기지로 사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역사속에서 지금은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항공 교통 중심지로 년간 5,4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고.공항과 연계한 철도까지 있어서 우리는 공항만 이용하고 바로 프랑스령으로 이동했다.  

 

 

 

  두어시간 남짓 열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먼저 마트에 들러서 간식을 샀다. 우리네 마트와 비슷하면서도 아주 색다른 식자재들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맛에 대한 호기심도 왕성해서 우린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되도록이면 골고루 주문했다. 

 

 맛에도 선입견이 있어서, 경험한 음식과 일단 비슷한 비쥬얼이면 그 맛을 상상해서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는 유럽, 그 맛과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태리 음식이 그나마 맞았는데 그 만큼 세계화에 성공한 이유도 있을것이다. 

 

 

 

 프랑크프루트 공항을 나와 쇼핑몰과 사무실이 연계된 실내공간은 한산했다. 자유여행의 묘미랄까. 그저 자유로웠다. 아무것에도 무엇에도 메일 것이 없었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조카가 있어서 든든했고 넷이어서 좋았고. 동양인이  많지 않는 것도 좋았다.

 

 

 

 하루가 31시간 이었던 날이다. '꽃보다 할배'에 나온 스트라스부르 역에 도착했을 때는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예전엔 독일령이었는데 지금은 프랑스령이라고 한다. 하여 독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프랑스라고 했다.

 

 

 

 

 호텔이 역사에서 오분 거리였다. 조카는 호텔을 최대한 까깝게 잡아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에 용이하도록 배려해두었다.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38일간 했고, 그리고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구석 구석 체크하느라 또 한 번 온 것 같다고 했다.  유럽여행에 관한 사이트가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열시가 안 된 시간인데 거리는 조용했다. 날씨도 춥지 않았다. 영어회화공부를 두달전부터는 해야지 하다가 한달 남으니 이제부터 해야지 하다가 결국은, 에이 조카가 있는데 뭐 하면서 맨땅에 헤딩식으로 왔다.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긴장감 없는 편안함은 조카 덕분이었다. 안다는 건 지혜와 연결되어 있고 불안을 없애는 최고의 묘약이다.

 

 어쨌거나 유럽여행의 첫날은 구미에서 인천, 독일, 그리고 프랑스 숙소까지 오는데 다 썼다. 침대도 작고 방도 좁았다. 덩치큰 사람들이 요렇게 작은 공간 작은 침대에서 생활하나 싶도록 서로 드나 들려면 한 사람이 비켜서줘야 할 정도의 공간이었다. 어쨌거나 그 좁은 호텔도 매우 유럽적인 것이겠거니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거나 여기 르랑스라는 곳에 내 가 와 있다는 것 만으로도 한없이 설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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