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은 호텔(깃발 달린 건물)오른쪽 저 멀리 아치형 유리창이 있는 곳이 중앙역이다. 지난밤 저기에서 내려 여기까지 프랑스라고 첫발을 디뎌 온 곳이다.
* 스트라스부르 역사 앞 ibis 호텔
여행 첫날은 18시간 정도 탈것으로 달려왔다. 한국 같았으면 꼬박 밤샘하고 아침 일곱시 쯤 잠든 셈이다. 청소년기에도 한 번도 밤샘을 한 적 없는데, 낮이 길어선지 피곤한 줄도 몰랐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잠결에 화들짝 놀라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 한시간 남짓 잤는데 늦잠 잔 것 같고 다 잔 것 같은 이 상황은 뭔지 잠깐 뜨악했다. 아하 이것이 '시차'라는 거구나 싶었다.
아침 일곱시면 여지없이 일어나던 습관, 몸이 기억하는 시간, 두시간도 채 안 잤고 더 자둬야 하는데 커튼 밖도 칠흙같은데 잠은 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시 네시 새벽에 깨는 시간은 조금씩 늦어져 갔고, 시차를 극복하는데 나흘쯤 걸렸다.
* 스트라스부르 유람선
스트라스부르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도시다. 번갈아 양국의 지배를 받아온 역사를 가진 도시다. 프랑스 혁명 정부가 오스트리아에 선전 포고 한 소식이 스트라스브루에 도착한 1792년 4월 25일부터 26일 밤에 걸쳐 현지 주둔 대위 '루제 드릴'이 출정부대를 고무하기 위해 작사 작곡한 것이 '라인군을 위한 군가'인제 이것이 지금까지 프랑스 국가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 배경도시였다는 추측도 있고, '하울에 움직이는 성' 작가가 이곳에 와 머무르며 아름다운 도시 풍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유럽에서 맞는 첫 아침이었다. 호텔에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출근하는 코큰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 부터가 이국적이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10월이었지만 엄청 춥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옷은 대체로 짙었고 그곳 날씨와 잘 어울리는 색이었다.
우리의 가을 하늘에서는 절대로 입고 싶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색들이 많았다. ㅎㅎ
우리는 도보로 하릴 없이 이 도시를 맘껏 돌아다닐 생각이었기에 길이나 건물이 유혹하는 대로 정처없이 다녔다. 명품관도 가보고, 기념품을 보거나 먹거리 등 그때 그때 눈에 띄는 대로 자유여행이 주는 자유!를 만끽했다. 건물들은 어깨동무 한 것처럼 붙어 있었는데,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이렇게 작은 돌들은 보이는 면적보다 두께는 엄청나다고 한다. 자연소재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겠다. 깊이가 있어서 말발굽이든 차량이든 아무리 지나다녀도 끄떡 없는 마치 쇳덩이로 만든 길 같았다.
유럽은 성당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도시는 '성당 박물관' 같았다. 성당은 유규한 역사가 있었고, 나는 도무지 모르겠는 성인들의 이름과 역사 등 수많은 스토리를 담고 있었다. 천주교도 기독교도 아니라서 뭐가 뭔지 모르지만 그냥 도시풍경에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것들의 위대함에 놀라고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스트라스브루 대성당으로 가는 목전에 있는 쿠덴베르크 광장이다. 쿠텐베르크는 이도시에 살면서 인쇄 활자를 발명했다고 한다.
광장은 우리네 마을 입구 정자처럼 그렇게 곳곳에 있었다. 모든 길은 광장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어느 곳이나 그랬다. 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처럼 좁은 길목의 숨통처럼 곳곳에 있었다.
스트라스브루의 상징적인 건물 대성당(노트르담)이다. 파리 노트르담보다 오래전에 세워진 성당!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그냥 경건하게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볼 뿐이었다.
신전! 신을 모신 장소가 화려한 건 평민 귀족 상관없이 이 공간에 오면 모두 평등하다는 느낌과 신령스런 기운을 드리기 위함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초라하게 살 더라도 이 신성한 공간은 귀천없이 누리기를 바라는 그런 종교적인 바램도 있다고 들었다.
각설하고 감상해보시길...
어느 한 조각품도 경이롭지 않은게 없었다. 이 성당의 최초 설계자는 이렇게 될 줄 알고나 있었을까? 아직도 증축중이고 수리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성당은 자꾸 자꾸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헤아일 수 없는 것 앞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성당앞에는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고 건물들도 유독 아름답다. 모든 건물의 창이나 발코니에는 꽃이나 화분을 내어 놓았다.
우 리는 대성당을 돌아서 유람선을 탔다. 이어폰이 준비되어 있었고 한국어 안내도 있었다. 유람선은 지붕이 투명해서 도시 풍경을 감상하기에 용이하게 되어 있었다.
물길은 높이가 달라서 물을 채우거나 빼서 다시 합류하는 식으로, 즉 운하시스템이 관광코스로 도시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중국집이 있었다. 자장면 짬뽕은 없었지만 우동같기도 하고 쌀국수 같기도 한 비슷한 맛을 찾을수 있었다.
이 도시 안, 즉 물길 안에는 작은 섬 '쁘띠 프랑스'가 있다. 독일군이 점령했을 때 전염병이 돌자 이 섬에 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격리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병원이 '쁘띠 프랑스'였는데 지 섬 둘레가 4km정도라서 도보로 아름다운 길들을 구석구석 걸어보는 것도 좋았다.
유람선을 타고 물길을 따라 도시 풍광을 감상하는 것은 스트라스부르의 하이라이트다. 도시 풍경이 무대가 되고 유람선이 객석이 되는 것같은 착각에 빠질 만큼 모든 도시의 건물들은 작품같았다.
옛날엔 격리 공간이었다가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도시, 관광코스 중에는 옛날 도살장부터 죄인을 처형하던 처형장등 과거의 영욕이 서린 건물, 학교 등 온갖 건물들이 현대에 들어와 유구한 역사와 함께 관광산업에 일조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외양이 워낙 아름다워서 저 안은 어떻게 꾸며져 있을까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낡은 독일식 목조 건물들은 부식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도 있지만 어쨋거나 모든 건물들은 예뻤다. 어디에다 카메라를 갇다 대어도 그립엽서가 되는 그런 풍경이었다.
사는 공간, 개인이 아니고 도시 전체가 이렇게 통째로 아름답게 꾸며 질 수 있다는 것, 다함께 모두 그렇게 해야 가능하다는 것, 나는 상상도 해 본적 없었던 도시속을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어린아이 처럼 신나 있었다.
저 돌맹이 하나 하나의 표면은 얼마나 작은가. 하지만 깊이는 20센티도 넘을거라고 조카가 얘기해 줬다. 양보다 질,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 아니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더 바람직할지 알고 실천한 사람들, 하여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이 도시의 모습이 만들어 진거 아닐까. 이런 바닥제 하나에서 부터 도시나 사람의 뿌리가 느껴졌다. 바쁘게 빨리 빨리 대충 대충이었다면 절대로 볼 수도 생각도 해 낼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 도시의 바닥이 반증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스트라스부르 중앙역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며 맡겨둔 캐리어를 끌고 역사로 온 것이 3시쯤이었는데 신발도 편했고 기운도 왕성한 날이었다. 동양인들이 많지 않은 도시라 한국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는 날이었다. 신혼영행 온 것 같은 젊은 커플의 대화가 반가운 것이 다였다.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한 잔씩 하기도 했는데. 커피 값이 쌌고 맥주 맛도 좋았다다. 안주도 없이 낮에 카페에서 맥주를 즐기는 풍경은 맥주가 우리네 음료수처럼 음용되고 있는것 같았다.
스트라스 브루에서 하루 종일 배회했다. 목적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쫒아서 맘껏, 그렇게 하루의 관광을 끝내고 알프스가 있는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이동해야 했다. 마트에 들러 열차 안에서 먹을 음식들을 샀다. 중간에 환승을 해야 했고 국경을 열차로 넘어도 승차권을 확인 하는게 다였다.
스위스에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 환승을 위해 스트라스브루에서 몇시간 달려온 역이다. 철로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몰 무렵이었다.
유럽 사람들의 차는 작았다. 한국에서 고가의 외제차로 통하는 그 차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의가 소형차라는 것이 한국의 도로 풍경과 달랐다.
여기는 인터라켄! 스위스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캄캄했지만 공기가 맑고 찼다. 어릴적 가보고 싶은 곳 1호였던 알프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로 익숙한 그림 같은 풍경이 있는 곳, 실감 안났다. 호텔은 역시나 역에서 오분 거리에 있었다. 내일 아침해가 떠야 실감이 날까 보이는 건 도시를 밝힌 네온 뿐이던 전날 저녁 프랑스 땅인가 한 곳과 같이 여기가 스위스라니 싶어, 어벙벙하니 설레는 그런 스위스에서의 첫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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