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여행3 일차 융프라우 산악열차

구름뜰 2015. 12. 13. 10:42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는 '처녀'라는 뜻으로 알프스의 봉우리다. 이 곳에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이 있는데 융프라우요흐로 해발 3454m다. 인터라켄ost에서 열차가 30분 단위로 출발한다. 열차는 세번이나 환승 하는데 구간마다 운영하는 철도회사가 달라서 그렇다고 한다. 올라가면서 기압 적응도하고 쉬어가고 갈아타는 재미도 있다.

 

 

 편도로 2시간 30분, 전망대에서 쉬는 시간까지 이래저래 왕복 7시간, 하루는 잡아야 느긋이 구경할 수 있다. 3일차 스위스에서 아침을 맞은 우리는 온전히 알프스의 품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곳에서 다시 하룻밤 더 묵고 다음날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넘어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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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밤 여기가 스위스라는 얘기만 들었을 뿐 무대조명이 꺼진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인터라켄역사가 주는 확신이랄까. 역에서 내려 오분 거리에 있는 이곳 호텔로 왔다. 

 

 

 

 

 역사가 보이는 호텔, 시차 때문인지 역시 새벽에 잠이 깨었는데 여명은 길었다. 호텔앞으로 만년설이 녹아 내리고 있고, 저 멀리 알프스 산맥이 빛을 받아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산너머 저 쪽 빛이 얼마나 밝은지 서서히 환해졌다. 

 

 

 

  이래저래 한참을 기다렸다. 산능선 실루엣이 드러날 쯤에야 우리가 있는 이곳이 얼마나 높은 산봉우리 속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햇빛이 산봉우리에 넘어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해도 넘어오기에 애를 먹는것 같았다. 기다리면 더 더디 오는 것같기도 하고. ㅎㅎ그래서 아침도 늦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근인파는 여명속을 오가는 듯 하긴 했지만 여튼 그랬다. 오늘하루는 온전히 저 눈덮인 알프스를 다녀 오는 여정이다.  

 

 

 

 

 

 빛이 환할수록 그림자가 짙다 했던가 해가 산마루를 막 넘어올 쯤 도시는 암흑빛으로 변했다. 우리 삶도 가장 힘든 시간이 가장 밝은 시간 직전이란 걸 알수 있다면, 그 어둠이 어찌 어둠이기만 할까. 

 

 

 

 

 

 해가, 어디에나 있는 해가 알프스를 넘어온 시간. 호텔에서 보는  인터라켄의 민낯은 아름다웠다.

 

 

 

 

 밤새 열차안에서 먹고 남은 간식들은 창밖에만 내어 놓아도 냉장고 역할을 했다.

 

 

 

 

 

 

화장실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암녹색이랄까. 미술시간에 그림 그리다 수업 끝날때쯤의 물통색 같았다. 저 깨끗한 물이 이렇게 탁해 보이니 우리가 깨끗하고 맑다고 물과는 다른것도 신기했다. 여기서 물색은 이 색을 나타내는 것일까. ㅎㅎ

 

 우리 강산 어디가나 맑은 물을 보는 것도 얼마나 복인가. 중국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것은 냉수를 바로 마실만큼의 자연환경이 아니라서 무조건 차를 끓여서 마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즉 물이 시원찮아 차를 마시는 것이고 차잎에는 물에 있는 독성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성분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의 물은 워낙 깨끗해서 굳이 차로 마시지 않고 냉수로 마셔도 좋은 환경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산악열차를 타기위해 아침 식사를 일찍했다. 눈덮인 설산이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았다. 호텔의 아침은 매우 간소했다. 삶은 계란을 예쁘게 물들여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호텔입구에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있다.

 

 

 

 

 

 

 

 인터라켄ost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었다. 번호표를 받아서 티켓을 살 만큼 붐볐다. 한국인 학생들과 신혼여행 온 새내기 부부들까지 전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의 모이는 곳이었다.

 

 

 

 

 

 수개월 전 미리 예약을 한터라 모든 일정은 수월했다. 산악열차는 1인당 할인받아서 16만원 정도라고 들었던 것 같다.

 

 

 

 열차가 출발하면 눈앞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모두 비현실적이다 싶게 아름답다. 대자연의 아름다움에다 그곳에 뿌리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동화속인가 싶은 풍경들이 쭈욱 이어진다.

 

 각설하고 감상하시길...

 

 

 

 

 이날은 10월 21일 이었다. 멀리 만년설이야 보이지만 아래쪽은 초록이 무성하고 소들이 풀을 뜯는 풍경이다. 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서서히 눈발이 창밖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겨울로 달려가는 열차에 몸을 실은 듯하다.  

 

 

 

 

 

 

 

중간중간에 환승역에서 쉬어가는 재미도 있다. 환성역가에도 호텔이나 펜션 등 숙박업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두번째 환승역이다. 여기서 갈아타면 바로 융프라우요흐에 도착이다.  바윗덩어리 속을 어떻게 공사했는지 모르지만 정상이 가까워지면 터널속을 열차가 달리게 된다. 그저 놀라울 뿐인 곳이다. 기압 때문에 귀가 먹먹하기도 하고 자꾸 추워지는 바람에 단단히 옷깃을 여며야 하는 곳이다.

 

 

 

 저 만년설의 깊이는 얼마나 될지 도무지 짐작도 안되는 곳이다. 

 

 

 

 

 

 

 

 

 융프라우 요흐에는 산악열차를 만들 던 당시의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고, 10여 가지가 넘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야외 테라스가 있어서 밖으로 나가서 그 쨍한 공기를 맛볼 수도 있고,  고원지대 언덕배기에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만년설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고, 커피바, 또 초볼렛으로 유명한 린트 초콜릿월드도 있다.

 

 100년도 전에 이곳에 이런 시설을 만들 생각을 하고 실천한 사람들, 어마어마한 자국의 관광수입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관광코스는 사람과 자연이 함께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컵라면 하나를 선물 받을 수 있다. 사전 예약자에 한해서라든가. 여튼 우리는 '라면은 농심이 맛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나무젓가락과 컵라면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 이곳에 먼저 와 있는 컵라면 맛을 보는 것도 좋았고, 농심하면 구미 공장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도 제일 크거니와 세계에서도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튼 이곳에 온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컵라면 먹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기압때문에 귀가 먹먹하고 어지럼증이랄까 피로감이 있긴 하지만 저 컵라면이 주는 만족감은 그런 것들을 상쇄시킬만도 했다.  

 

 

 

 

 

 

 

 

 

 

 

 

 

 전망대 바닥에 주저 앉아서 발을 철망 가두리에 대어 보았다. 마치 저 만년설 위헤 선것 같은 기분을 연출해 보고 싶었다. ㅎㅎ

 

 

 

빛도 강한데다 바닥에서 받쳐주는 눈까지 더해서 눈이 부셨다. 그늘에 들어가도 눈이 부실 정도였다. 신천지 같은 기분도 들고, 자연의 웅장함이랄까 위대함 앞에서 그저 말을 잊게 되는 시간도 있었다.

 

 

 

 

 

 

 

 내려가는 길 오르는 길 눈에 드는 대자연이 모두 장관이다. 농지라고는 전혀 안 보이고 잔디와 목장 그것이 다다. 목축업이 주 생업인가 하다가도 자세히 보다보면 의외로 접근성 좋은 곳곳에 호텔이나 펜션인것을 알 수 있다.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거나 리모델링 중이거나 한 것을 알 수 있다.

 

 

 

 

 

 

 

 

 

 

 

 

 

 

 

 

 

 

 

 

 

 

 

 

 

 

 

호텔은 방 2개에 거실겸 오픈된 침실까지 더해서 침대가 5개였다. 화장실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 이틀 묵었는데 잠자리가 좋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여행가방을 방치! 해둬도 되는 그 홀가분함이 좋았다. 이동할때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일이 여간 버겁지 않았다. 팔도 아픈데다 오른손만 써야 했으니 어쨌거나 이틀을 머문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밋밋한 벽에 저 그림 하나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유럽에서 새로운 문화인가 싶게 눈에 띈것이 화장실이다. 변기가 있는 데 변기는 닮았지만 조금 낮고 뚜껑은 없는 (세면대 왼쪽 사진) 저런 것이 호텔마다 있었다. 무슨 용도 인지 몰랐는데 조카가 아마도 발을 씻는 곳이 아닐까 해서 그런줄만 알았다.

 

 

 한데 지난 화요일 저녁 '국제 에티켓 행사'장에서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문제가 나왔다. 강사왈, 가끔 한국사람들이 이 곳에 과일 같은 것을 담아 두기도 하는데 실은 이것은 유럽식 비데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발을 한번도 씻은 적은 없지만 ㅎㅎ문화라는 것이 이리 다르다. 다른건 다를 뿐이지 왜그려냐고 따질 문제는 아니다. 단지 어떻게 다르든 서로 존중해주는 것만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이라는 생각은 하게 된다. 

 

 

 

 

 호텔에 일찍 도착해서 마트에 들러 다양한 먹거리도 사고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이곳은 시계가 유명한 스위스니 당연히 시계가게를 가보기로 했다. 가다가 본 어느 피자집 앞에 간판이다.

한국인이 써 주고 간 것 같은데 거꾸로 세워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세워주고 왔다.

 

 

 

 

 

 백년도 넘은 오래전 어떤 이가 이곳에 와 보고 열차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근대화 전 조선말기 였던것 같다. 그리고 수 많은 공사와 공사를 거듭하여 지금은 거의 정상 가까이 발한걸음 안떼고 열차로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저 놀랍고 놀라울 뿐이다. 관광도시라서 그런지 가옥들의 외관도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없다. 모두 밖을 정비해둔 모습들이다. 우리의 시골집이랄까 동네 풍경을 보면 이러저러하게 방치해둔 그런 볼성사나운 생활 쓰레기도 아닌 그런 것들의 적채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유럽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관광지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튼 창밖으로 화분을 내어 놓거나 꽃을 기르거나 하는 모든 일련의 생활상들이 함께 가꾸고 꾸미는 모습같았다. 나 한사람 한사람 하는 일이 이어질 때 결국 한 도시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거 아닐까. 어떤 일이 있을 때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먼저 물어볼 일이라는 걸, 어찌 다르지 않을까 모든 건 일단 나 부터 시작이다.

 

 이날은 다시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알프스의 품에 원없이 안겨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