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 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 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이준관
구미에서 처음으로 열린 전국시낭송 대회 시상식장
초등부에서 일반부까지 대상수상자들의 낭송이 있었다.
위 시는 초등부 대상 받은 아이가 낭송한 시다
나는 객석에서 구부러진 길을 걸어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고등부 일반부까지 모두 시의 강에서 놀던 이들을 무대에 세워놓은 듯
물내가 났다
푹 젖어 있었다
일반부 대상은 윤동주의 참회록이었는데
윤동주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게 시가 그 사람속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이윽고 낭송이 끝나고 기성 낭송가들의 프로무대가 있었다
성덕대왕 신종에 나오는 비천상이 연상되는 천의무봉 같은 옷을 입고 무대로 나왔다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 손짓은 화려했다
시가 시낭송이 왜 저렇게 꾸미고 꾸며야 하는 일인지
아름답고 우아한 것 만큼 목소리가 아름다울 수록 기교는 넘쳐서
시낭송 무대일수록 시가 되려 반감되는 것 같은 느낌만 든다.
이상화도 조지훈도 날고 있었다
강가에서 놀다온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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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사는 신달자 시인과 곽재구 시인의 심사로 치뤄진 행사였다.
대상받은 아이는 (금오초등학교 2학년 손종현) 삼십번쯤 연습했고
엄마가 봐주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