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구름뜰 2017. 3. 11. 10:37

 

꽃 1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봄 2



예쁘다는 말을

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서 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꽃 3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내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내가 너라는 사실!

내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 나태주의 시 110편 정도가 실려 있는 이 시집은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많이 사랑받는 시들만 모은 시집이라고 한다. 대부분 연시인데 편하게 잘 읽힌다.


어제 헌재 탄핵안을 읽어 내려가는 이정미 권한대행의 목소리와 문장은 워낙 담담하고 안정되어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았다.


어떤 사안에 대해 우리가 말 할 때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조나 표정도 중요하다. 늘 그사람은 그런 표정으로 그런 얘기만 해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사람말은 더 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옳은 소리일지라도.. 


내 말을 누군가 귀담아 들어준다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준비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어조, 어투, 표정 톤을 조금씩 연습해보면 어떨까. 운전을 할 때나 혼자 있는 공간, 내가 가는 자리에서 할 얘기를 누군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말해보는 것이다. 나는 가끔 모임이나 어떤 발표를 앞둔 자리에 갈 때 그렇게 하는 편이다.


마이크 시설이 잘 된 곳에서 내 목소리는 나 아닌것 같이 좋게 들릴 때가 있다. 음향이 좋아서 그렇다는 건 알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누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말을 아끼고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시의 적절한지..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걸 내가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동진 역   (0) 2017.03.17
봄의 금기 사항  (0) 2017.03.17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0) 2017.03.09
엄숙한 시간  (0) 2017.03.03
오리 한줄  (0) 2017.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