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엮이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신달자
* 봄 들녘 사과밭을 생각해본다. 가지를 전지한 농부의 손길을 생각해본다.
거름이 오고, 햇살과 바람 농부의 꿈이 담긴 사과나무!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순환의 연속, 순환하지 않는 게 없으니 모든 것은 새것이다.
소멸은 시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 시인은 봄의 회귀성을 얘기한 것일 게다.
다시 꽃이 필 수 있다는 건 너가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어떤 것도 새것이다
빈 밭이고 빈 들이라고
가슴에 아무도 없다는 건 슬픈일이다.
새 날 새 아침 앞에서...
사과나무도 꿈꾸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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