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의 힘을 믿겠다 나는, 벼랑끝을 뛰어 내리는 한 줄기 폭포가 되었건 탁트인 풀밭이 되었건 제 어미의 자궁 열고 지상에 마악 떨어진 한 마리 강아지 새끼가 되었건 알몸을 섞는 알몸이 되었건 직전의 힘을 믿겠다 나는, 화르르 날아오르는 천 마리 새떼가 되었건 솟아오르는 초록 풀잎이 되었건 맺힌 이슬 한 방울이 되었건 마지막 대못치고 난 관 뚜껑이 되었건 나는 거기까진 다 가지 않겠다 직전까지만 가겠다 직전의 직전까지만 가겠다 직전의 힘! 숨도 쉬지 않는 힘! 문 열고 들어서면 한 줌의 재가 돼, 열지 마, 열지 마, 건드리면 터져! 끝끝까지 차 있는 힘, 직전의 힘을 믿겠다 나는, 이 힘 모아서 나는 사랑 제일 잘할 사람, 남북통일 제일 잘할 사람에게만 드리겠다 숨도 쉬지 않고 !
ㅡ정진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