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할미꽃

구름뜰 2017. 4. 2. 09:23


 

 


왜 할미꽃은 무덤가에 많을까!

봄이 왔어도 잔디는 누런 봄날, 할미꽃은 잔디속에서 올라 온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띄지 않는다

어쩌다 한송이 눈에 들고 나면 사방이 할미꽃 군락지라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해마다

내가 할미꽃을 발견하는 방식은 늘 그랬다. 




 


만약 첫송이를 못 보고 지나쳤다면

나는 한송이도 못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제 봄비 그치고 흙내음도 맡을 겸

마을 산책을 갔다가 평소가보지 않은 곳으로 가보고 싶었고 무덤 곁을 지나다 발견한 꽃이다.




 


이 꽃에는 좀전에 다녀간 봄비와 맑은 공기, 상쾌한 바람, 그리고 개 짖는 소리도 있다.


낯선 마을이 아니어도 인가가 있는 쪽으로 가면 어김없이 개가 짖는다. 

시골마을의 정취는 개짖는 소리로 시작하는가 싶을 정도로

길손들을 경계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시골정취를 느끼고 싶어도 그 한가함이나 조용함을 구하기 어렵다.



 

한송이가 군락을 보게 만드니


어떤 하나를 보게 되었다는 건 

다른 것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미꽃은 꽃나라에서 가장 겸손한 꽃이라는데


손자를 스무명쯤 두셨던 할머니는 내 할머니라는 생각보다, 큰집에 살아서 그런지 큰 집 사촌 언니오빠들의 할머니라는 생각만 들었었다.




 

그래도 할미꽃만 보면 정겨운 건, 어릴적 할머니 무덤가에서 할미꽃을 보면서

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던 기억때문인지 모르겠다.


 

할미꽃의 아름다움을 무엇에 비할까.

세상 아름다운 것들도 쉬이 눈에 띄지 않고 겸손한 편이다.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건 반가운 일인거고

그것을 보면서 산다는 건 가치있는 일이다.


 

세상에 무수한 아름다운 것들

어쩌면 그것들은 내가 외면한 것들속에서 의연하게 피고 있는지 모른다. 

다만 내가 보지 않았을 뿐인거고...

20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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