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들판이 온통 먹거리다.
빈 밭에 가보면 별의 별 나물들이 지천이다.
겨울에 눈밭이던 것이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거둬왔구나 싶어 새삼 놀란다.
어제 해거름에 나물을 캔 곳은 겨울엔 이런 풍경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놀러가는 곳이지만 뒷밭에 이런 봄나물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이맘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승용차에 과도하나 쯤을 싣고 다닌다.
혹여 어디서 어떤 대상을 만날 지 모르므로.. ㅎㅎ
사월이 된 지금, 냉이는 꽃만 즐길 수 있다.
고령의 이규목 화가는 마당에 군락을 이룬 냉이꽃을 밤에 보면
'별이 마당에 가득 쏟아져 내린 것 같다'고 했는데
아마도 이런 풍경을 밤에 보면 그렇지 않을까. 냉이꽃은 하얀것도 있고 노란것도 있다.
열살 무렵 쌈을 싸 먹기도 했던 나물들은 지금은 지천이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게 된 것들도 있다. 여전히 사랑받는 게 쑥이라면 최근에 몇 년새 관심가는 것이 민들레다.
몇 년전,
청도의 어느 한우식당에서 민들레김치를 맛 본 이후 나는 그 맛에 매료되어서 봄이 되면 김치를 담근다. 이맘때 제철인 그 맛을 놓치고 넘어가는 건 맛을 아는 이로서는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것이다.
ㅎㅎ
ㅎㅎ 입맛도 추억이 되어 때가 되면 스멀스멀 미각이 발동한다.
민들레도 군락으로 자생한다. 한뿌리 발견되고 나면 그 주변으로 쫘악 포진해 있다.
이것도 할미꽃처럼 눈에 띄기 시작해야 눈에 든다. 특히 꽃이 피기 전에는 잘 띄지 않는다.
어제 이것을 얼마나 많이 캤는지. 뿌리는 강하고 단단해서 잎만 다듬어 담궜다.
손이 많이가는 일이지만 이런 일을 할때 기분은 무념무상이다.
고들빼기 김치보다는 덜 쓰고 쌈싸름한 맛은 여전해서 입맛을 돋아준다.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 하고
나눌 생각에 더 신나게 담그게 된다.
꽃을 먹는 맛!
일편단심 민들레를 김치로 담궈 먹을 줄 어찌 알았을까!
먹거리도 진화와 퇴화를 거쳐 지금 우리가 즐기는 것들은 우리 후대도 즐길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하는 이일을 어느 날에는 내 며느리와 내 아이들이 먹고 즐길 거리이기도 하겠다.
식구란 함께 밥 먹는 사이인데.. .. 요즘 들어 '함께 밥 먹는 일'이 그냥 밥만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밥을 편히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편한 관계라는 얘기다. 밥도 맛이 아니라 사람이 맛인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맛보이고 싶은 이웃이 많다.
누구 먼저 줄까
누가 맛있게 먹어 줄까.ㅎ ㅎ 맛있는 건 나눠야 맛이다.
담궈서 잠깐 숨죽으면 뜨거운 밥 한공기면 다른 찬이 필요없다.
이 나이가 되고도 유년기 봄 들판 뛰어다니며 나물 캐던 일을 여전히 하고 있으니 복이다.
봄 날 지구의 한 모퉁이를 맘껏 헤집어 봄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기운 나는 일인지.
그리고 맛있는 걸 나눠 먹기 위해 준비해 본사람은 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맛있어 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