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가 중요한 건 말해 무엇할까! 어른이 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먹거리 앞에선 유년이 바로 소환되는 걸 보면. 요즘 티브이 프로그램 중에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라는 프로가 있는데 나는 그 제호가 참 마음에 든다.
행복도 세계 1위 살기좋은 곳으로 지정된 그들의 문화는 부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빈부격차가 거d의 없다. 이웃이 친구가 경쟁상대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대상이다. 정서적 독립이 잘 되어 있다. 스무살이 넘으면 권리와 의무를 본인에게 준다. 독립은 책임지는 삶 주체적인 삶을 의미한다. 내가 너를 이겨서 누구보다 내게 닥친 불행이 없으므로가 아니라 평범한 삶, 어찌보면 무심하게 시크해 보일수도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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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민족성이 원래 그랬다기보다는 지혜로운 어른들의 제도적 뒷받침과 그곳 어른들의 노력이 이룬 성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운 나라지만 정서까지 추울이유는 하나도 없는것이다.
아침을 뒤로하고 며칠 전 사둔 기계로 깐 밤이 냉장고에서 색이 변해가는게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좋을까 하다 밤조림을 해볼까 싶어 껍질을 정리하고 냄비에 밤을 담고 간장을 한숟가락 정도 넣어 불을 켠 뒤 무심코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조리하면서도 또 찍었다. 완성되어갈 즈음 포스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다. ㅎㅎ 그냥 밤은 이렇게 귀하다 내겐...
'나는 왜 밤을 귀하게 생각하는가' 유년기 밤에 대학 추억이 고스란히 있다. 고향에서 밤 나무는 정말 귀했다. 친구네는 늦가을이면 밤송이가 마당을 한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친구네 마당은 돈을 한가득 쌓아둔 집만큼 부자로 보였고 나는 그것에 결핍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밤에 결핍 때문일까. 나는 어른이 되고도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건 복숭아 사과 자두 귤 등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른 과일은 다 극복 되었지만 밤은 미련이 좀 더 남은 것 같다. ㅎㅎ
물을 너무 많이 잡아서 밤이 다 익어갈무렵 물을 버렸다. (밤이 자박자박 잠길 정도여도 좋겠다) 깐밤은 잘 익는다. 다 익어갈 무렵 물을 따라내고 호박 조청과 물엿을 반반 넣고 중불이나 약불로 서서히 10분 정도 조렸다. 불옆에 서서 조절하지 않으면 탈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고와진다.
같이 먹을 이도 없는 밤조림을 만들었다. 이리 만들어 놓고 이제는 함께 할 이를 구해야겠지만 어릴적 정서를 오롯이 소환해내고 보니 그냥 있을 수가 없어 주저리주저리 몇자 적게 된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절이다. 결핍감이라고는 없는 것 같은 세월이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내가 누리고 사는 것이 넘쳐서가 아니라 보늬까지 벗겨 파는 밤 한봉지가 주는 이런 환경, 감사하며 살 일들이 많다.
깐밤처럼 예쁘고 탐스럽던 품안의 자식들이 각자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는건 감사한 일이다. 내가 내 부모님 말씀대로 살아온 세월도 나쁘진 않았지만 내 아이들은 우리 바램이나 희망대로 살지말고 저들이 살고 싶은 삶을 살기를 바랄뿐이다. 정서적 경제적 독립 그건 행복한 삶 주체적인 삶의 기본이 아닐까.
이 나이에도 가끔 바꾸지 못한 습관이 있는 걸 보면, 내 부모님이 내게 미친 정서에서 내가 극복하지 못한 것들에서다. 그걸 나쁘게 생각진 않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럽지도 않다. 내 아이들은 그런 정서에서도 자유롭기를 바란다.
효 문화는 어른들의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어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아이를 위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는 생각이다. 아이가 행복한 나라는 어른도 행복하다. 모든 어른은 아이였으므로 그 시작은 아이가 먼저다.
변색한 밤에서 유년기를 소환해낸 아침의 명상같은 이 시간도 좋다. 아직도 귀한 밤이 있고 나는 누군가와 이 밤을 즐길것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