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민들레는 나물 캐러 갔다가 캐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언제부턴가 봄이 오면, 논두렁 밭두렁 색이 변하면 거기가 어디든 차를 타고 지나다가도 내려서 달려들고 싶어진다. 먹잇감을 찾는 포식자처럼. 나이 들어 가면서 더 심해진다. 시간이 여유로운 것도 한 몫하겠고. 무엇보다 고향 들녘에서 뛰어다니던 기억이 오롯이 되살아나는 것도 이때다. 지병인 양 봄 들판을 휘젖고 싶은 충동이라니..
어제는 선산 장날! 친구와 네시가 넘은 시간에 장보러 가자고 나섰다. 한데 어찌된 일인가 장터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파장인가 싶은 데, 아차 구미 장날과 착각한 거였다. 지각력 떨어지는 상황!에서 친구랑 한바탕 웃으며 "추억은 이럴때 만들어야 해" 라며 철물점에 들러 과도를 두개 샀다. 그리하여 어제는 원없이 봄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어제 채취한 전리품들 올려 본다. 입맛이란게 계절맛이 아닌가 싶다.
제철 음식은 몸도 기억하는게 틀림없다.
머위다.
쌉싸레함이 입맛을 엄청 당기게 하는 나물이다.
된장소스와 간장 참기름 깨소름 다진마늘 매실청으로 소스를 만든뒤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이런 나물류는 내가 좀 더 젊을 때 엄마가 즐기는 걸 보면서 좋은 줄은 몰랐는데 나이들어 갈수록 당기는 맛이라니 참 신기한 일이다. 물려 받은 유전자도 내재하다가 때 되면 발아되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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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머위나물처럼 양념 소스를 만들어 먹기 전에 살짝 버무리면 된다. 그냥 먹어도 좋고 된장 찌개와 함께 비며먹어도 맛있다. 순한 나물이다.
민들레도 제철이다. 장에 다녀 온 것만큼 푸짐하다.
꽃은 꺽어내고 작년에 먹어본 맛을 생각하며 김치를 담궜다.
깨꿋이 씻어 물기를 뺀뒤 앳젓을 뿌려 준다.
한두번 뒤 적여 주면 금방 숨이 죽는다.
숨은 이삼십분이면 죽으므로 바로 양념 준비하면 된다. 찹쌀풀 끓이고 액젓 따라서 풀에 섞는다.
마늘, 양파, 배, 생강, 등 기본양념을 풀과 액젓 믹스한 것에 넣고 고춧가로 물엿 더한다.
매실청으로 맛을 가하면 쌉싸레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야생 채소 맛은 가꾼 채소보다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다. 한마디로 먹을 만한 것들은 대체로 야생이고 나물이라면 이맘때 봄나물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약초가 따로 없는 때가 이맘때 아닐까 싶다.
숨죽은 민들레에 양념 넣고 살살 섞어 준다.
발림성이 좋도록 양념을 앾간 묽게 하면 좋다.
위 사진에 올려진 민들레한데는 미안하지만 맛있는 찬이 되었다.
꽃도 예쁘지만 이렇게 이맘때 입맛을 돋우고 살지우는 영양식 찬이 되었다.
도시락 싸서 봄나들이 또 가고 싶은 아침이다.
지인이 맛보라고 가져다 순 두릅이다. 가죽나무 순도 나오고 옷순도 나온다. 오늘이 선산 장날인데 어제 잘못간 덕분에 푸짐한 봄 밥상이다.
봄은 짧아서 아름답고 꽃은 오늘 아니면 떠날 것 같아서 내일은 못 볼 것 같아서 더 아름다운 것일게다. 나물 캐고 한바퀴 돌아오는 길 집 근처 저수지 왕벚꽃이 들길을 분홍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산도 날마다 연두를 쏟아내고 있다.
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