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며칠 후면 떠나야 하는 매미가 새벽 저녁 우는 날들이다.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라던 안도현 시처럼. 울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이기도 하겠다. 며칠 안 남은 여름도 여름날보다 더 뜨겁다. 가을은 오기전 여름이 가기전 여름도 더 울고싶으리라.
산책길에 부쩍 자란 논을 보다가, 혹여 배동든 벼라도 있을까 들여다 봤더니 이삭이 제법 꼿꼿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벌써......,
그러고 보니 눈가는 곳마다 보였다. 보려 하면 보이는 것을 무심해서 안보였던 것이다.
벼도 꽃이 핀다.
이삭이 나면서 이삭 위쪽이 열리면서 꽃이 나오고 꽃밥이 터지면서 벼속 암술에 떨어져 수정이 된다고 한다. 스스로 자가 수정을 하는데 이삭의 안과 밖이 한 몸으로 꽃이 수정을 돕는 것이라고. 수정과 동시에 문은 닫히며 하루만 핀다고 한다.
벼이삭을 자세히 보면 주변에 허옇게 꼬시라져가는 것들이 보이는 데 꽃의 흔적이다. 쌀 한톨은 꽃 한송이였다는 걸, 밥 한공기가 꽃 한공기 였다는 걸 알게된다.
보이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어
꽃이 피고 열매가 되는 것일게다.
매미가 저리 울어대는 아침이다.
칠년을 기다려 이번 여름을 만났고, 며칠후면 떠나야한다.
목이 터져라 날개가 다 이지르러지게 울고 싶기도 하겠다.
나도 저러고 울었던 적 있었던가
떠나야 해서 더 절실했던 울음이라도 있었던가
어딘가에서 제 일을 묵묵히 해내며 견디는 이들이 있어서,
오늘은 매미가 저리 울고,
나는 또 이만큼 이 자리에서
여름과 가을사이에서 지나온 봄날을 생각해본다.
2017,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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