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신용카드

구름뜰 2017. 11. 29. 20:22

 

 

"엄마, 카드를 세개나 만들었어요, 한 개는 친구들 만나거나 필요한 일 있을 때 써" 주말에 친구들 만나러 고향 간다는 내게 작은 아이가 내민 신용카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이성 친구가 연인에게 내미는 걸 본적은 있지만 ......,


작은 아이가 취업되어 합가한 지 4개월, 처음 한 두달은 리듬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기거나 빨랫감, 손빨래 해야하는 셔츠와 다림질, 또는 먹고 싶은 메뉴에 대한 준비 등 소소하게 내 일이 늘어갔다. 


샤프해서 군말이 없는 편이라 말을 꺼내면 두말없이 들어주는 편이다. 그말을 하는건 원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테클걸지 않는다. 대신 부탁하지 않는건 먼저 해주지 않는다. 방 정리는 너무 정리해 놓으면 자기 물건 찾을 때마다 물을테고 적당히 어질러진 상태만 유지되는 셈이다. 남편은 버릇을 잘못들이는 거 아닌가 지청구지만 같이 지내는 동안 편하게 해주고 싶다.


사회초년생이라 신경쓸 일 많을테고, 근무시간도 빡빡해서 수월해 보이지 않는듯 한데 군소리 없이 적응하는게 기특하다. 그러기를 4개월 신용카드가 보상처럼 내게로 왔다. 이 카드를 엄마가 남용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바탕에 있을테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도리가 없을 터인데. 맘대로 쓰라는 마음이 크다. 멍석 깔아놓으면 더 못 노는데. 어쨌거나 고향 친구들에게 맛난 것좀 사주고 와야 겠다. 





삼겹살 먹고 싶다고 퇴근길에 전화가 왔다


오늘 쯤은

삽겹살 일거 같아서 낮에 장을 봐 놓았다

삼겹살이 오븐에 구워지는 동안

삼겹살 생각만 하고 달려온 아이가 

녁을 먹는다.


내일은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일지

아니면 찜닭일 수도 있다. 


좋은 마음이면 좋게 보이고

미운마음이면 밉게 보인다


이렇다 저렇다는 상대의 모습 아니라

내 마음의 표상이다


상대가 뽀족한게 아니라

내 마음이 세모인 것이다


기분좋은 저녁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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