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복리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한천댁과 청동댁이 구복리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을 자줬다
사년만에 굼뜰(구름뜰)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늘어져 있어 한 번 모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지만
마음 먹으면 또 한걸음에 달려올 수도 있으니, 거리보다 마음이 먼저다.
구 년 뒤, 한천양반이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볼리댁과 청동댁이 한천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을 자줬다
굼뜰! 돌담을 사이에 두고 태어난 인연들
지천명이 지났어도 추억속 가장 든든한 뿌리로 남아있다.
나무처럼
사람도 뿌리를 두고 있다면 아마도 고향이 아닐까
다시 십일 년 뒤, 청동양반 돌아가셨다 그만 울어, 두말없이
구복리댁과 한천댁이 청동댁 집으로 가서 몇날 며칠을 자줬다
부모님을 비롯하여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세월이 훌쩍 흘려버려 중년에 들었지만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추억 소환의 대마왕들!
고향 친구란 그런건가 보다.
연속극 켜놓고 간간이 얘기하다 자는 게 전부라고들 했다
하는 얘기라곤
밤 늦도록 중학교 고등햑교 시절 추억 소환이 전부지만
다 아는 애기도 있고 새록새록 몰랐던 얘기들도 올라온다
내얘긴데 친구가 더 잘 알고 있은 얘기도 있고
나만 모르는 얘기도 있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도록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자식새끼들 후다닥 왔다 후다닥 가는 명절 뒤 밤에도
이 별스런 품앗이는 소쩍새 울음처럼 이어지곤 하는데,
보이차 맛보이고 싶어서 다기까지 들고 갔는데
한 친구가 쑥부쟁이 그려 넣은 다관 받침이나 찻잔 받침 하기에 좋은 것을
준비해 왔다. 낙관을 '굼뜰'이라고 예쁘게 그려서 ..
김장철이라 김장 끝내고 온 친구는 김치를 가져왔고
아직도 엄마 김치를 가져다 먹는 친구는 엄마가 싸준 김치를 가져오기도 했다
집집마다 하얗게 굴뚝 연기가 피어오르면
밥먹으러 오라고 불러대던 부모님들
돌아가신 부모님 숫자가 늘어가고
추억속 부모님보다 우리가 더 나이들어 한자리에 앉았으니.
구복리댁은 울 큰어매고 청동댁은 내 친구 수열이 어매고
한천댁은 울 어매다
-박성우(971~)
은숙이는 은숙이 엄마 같은 얼굴로
봉순이도 제 엄마 얼굴로 왔다
선자도 경애도 인숙이도,,,,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 온 아침
'어떤 품앗이' 라는 시가 생각난다.
품앗이 문화는 아니지만 부모님 정서들이 남아 있어 좋다
여물 냄새 나는 보이차 한잔 머금은 듯
따뜻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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