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금이

구름뜰 2018. 6. 13. 06:16

 

 

 

 

 

구름뜰에서 태어난 금이는

한마을에 사는 열일곱살 균이한데

시집을 갔다네

 

갈 때는 육남매였으나

아들보다 늦게 난 시동생 덕분에

칠 남매의 맏며느리가 되었다네

 

세종대왕의 스승 이수 할아버지가 시조인

봉산 이가네는 집집마다 자손이 번창했다네

 

종부는 아니었어도

돌아서면 줄줄이 다가오는 대소사에

환하게 웃는 걸 잊어버렸는 지도 모른다네

 

슬하에는 3남 2녀를 두었는데

딸들의 선자리에 맏이는 사양했다네

 

손자 손녀는 아홉을 두었고

열아홉이나 되는 조카들도

주렁주렁 일가를 이루었다네

 

시집온 지 칠십 여년

세월따라 가벼워지던 몸

바람따라 훨훨 날아 갔다네

 

한 뿌리에서 났지만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던 씨앗들

국화꽃 길따라 금이를 배웅왔다네

 

30년 만에 얼굴 내미는 이도 있고

지천명 고개 넘어 제 어미가 온 듯한 이도 있고

코흘리게 사촌들 어릴적 저 닮은 아이도 데려왔다네

 

삼촌, 사촌, 오촌, 육촌들

뵐 때마다 세월의 흔적 선연해지네

 

그렇게 모두 물처럼 흘러왔다네

 

봉산 이가 집성촌 구름뜰에는

아직도 대소사엔 구름처럼 모여든다네

 

금이는 우리 큰엄마이고

균이는 우리 큰아버지 라네

 

엄마 아버지 보다 큰 이름

큰엄마 큰아버지라네.

 

2018 6 13

 

** 작년 겨울이었다

 

"큰엄마 미애왔어요"

 

"미애...! 가시나 왔나? "

 

"기억나요 미애?"

 

"참 착했지."

 

사람은 못알아 봐도 기억은 남는 걸까

큰엄마는 누구도 주지 못할 선물을 주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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