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뜰에서 태어난 금이는
한마을에 사는 열일곱살 균이한데
시집을 갔다네
갈 때는 육남매였으나
아들보다 늦게 난 시동생 덕분에
칠 남매의 맏며느리가 되었다네
세종대왕의 스승 이수 할아버지가 시조인
봉산 이가네는 집집마다 자손이 번창했다네
종부는 아니었어도
돌아서면 줄줄이 다가오는 대소사에
환하게 웃는 걸 잊어버렸는 지도 모른다네
슬하에는 3남 2녀를 두었는데
딸들의 선자리에 맏이는 사양했다네
손자 손녀는 아홉을 두었고
열아홉이나 되는 조카들도
주렁주렁 일가를 이루었다네
시집온 지 칠십 여년
세월따라 가벼워지던 몸
바람따라 훨훨 날아 갔다네
한 뿌리에서 났지만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던 씨앗들
국화꽃 길따라 금이를 배웅왔다네
30년 만에 얼굴 내미는 이도 있고
지천명 고개 넘어 제 어미가 온 듯한 이도 있고
코흘리게 사촌들 어릴적 저 닮은 아이도 데려왔다네
삼촌, 사촌, 오촌, 육촌들
뵐 때마다 세월의 흔적 선연해지네
그렇게 모두 물처럼 흘러왔다네
봉산 이가 집성촌 구름뜰에는
아직도 대소사엔 구름처럼 모여든다네
금이는 우리 큰엄마이고
균이는 우리 큰아버지 라네
엄마 아버지 보다 큰 이름
큰엄마 큰아버지라네.
2018 6 13
** 작년 겨울이었다
"큰엄마 미애왔어요"
"미애...! 가시나 왔나? "
"기억나요 미애?"
"참 착했지."
사람은 못알아 봐도 기억은 남는 걸까
큰엄마는 누구도 주지 못할 선물을 주고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