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표리부동

구름뜰 2018. 12. 3. 08:17



어젯밤 꿈에는 네가 나왔다. "잘 지내?"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잘 지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까 봐. 누구보다 네가 잘 지내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나쁘다. 꿈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시아침 12/03

시아침 12/03


평소엔 그렇게나 네가 잘 지내길 바라는데 꿈에선 반대다. 너의 평안을 바라지 못하게 하는 이상한 망설임이 내게 있다. 나는 생시를 마음의 거죽이라 여기고 꿈을 마음속이라 여긴다. 그렇기만 할까. 우리는 잘 지내지 못해도 묻는 이를 배려해 '서슴없이' 잘 지낸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럴까 봐 또 쉽사리 안부를 묻지 못할 때가 있다. 꿈에서도 그랬지 않을까. 꿈은 다 보여주지 않는다. 마음보다 더 깊은 어떤 조심스러운 마음이 문득 나를 만류했을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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