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수필

콩깍지 & 콩꼬투리

구름뜰 2020. 10. 11. 11:29

콩깍지는 콩이 들어 있는 콩꼬투리에서 콩을 빼낸 빈 껍질을 말한다. 콩깍지가 씐 것은 껍데기뿐인 상태를 일컫는 말이겠다. 콩꼬투리가 씌었다면 내실이라도 있겠는데 콩깍지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구전으로 내려오는 속담들의 깊은 뜻이란 새길만하다.

명절 지나고 지인과 공감한 얘기도 "시아버지 사랑은 며느리"라는 말과 "고부간의 갈등"에 대한 얘기였다. 며느리가 예쁜 건 맞지만 대놓고 표현하는 남편을 보는 일이란 아내 쪽에선 썩 유쾌하지 않다고. 가부장제가 심하던 고릿적엔 갓 시집온 며느리를 평생 뿌리내리고 살아온 아내보다 어여삐 여긴다면 시어미 심사가 편치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고부갈등 주범이 시아버지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윗사람이 현명해야 그 어떤 단위 조직도 편하다. 집안이라고 식구라고 다를 리 없다. 사람 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다르지 않겠다.

깍지인지 코투리인지 구분할 줄만 알아도 원만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혼기 앞둔 자녀들에게도 콩깍지 말고 콩꼬투리가 씌면 좋겠다. 콩깍지는 콩꼬투리로 돌아갈 수 없다. 콩은 깍지인지 코투리인지 눈 감고 만져봐도 알 수 있다. "눈뜬장님"이 안되려면 내 눈부터 의심해야 하리라. 마음 쓰는 와중에 따라 깍지였다가 꼬투리가 되기도 하니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

*위 사진은 텃밭보다는 큰 농사를 짓는 친구의 소출이다. 열흘 만에 갔더니 호박은 이렇게 많았다고, 호박 1개와 양대라는 콩이 내게로 왔다. 콩꼬투리 까보는 일은 처음이다. 콩류 곡식들에 손 가는 일이 얼마나 많을지 실감해 보는 시간이었다. 열매들 거두는  이들에겐 황금기겠다. 이 계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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