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소싸움 장
빨강소는 열 살
파랑소는 네 살이다
입장할 때
빨강이는 포효했고
파랑이는 숫기 없는 소년 같았다
머리만 맞댄 싸움
왜 머리로만 싸우는지
우직하고 깔끔해 보이는 건
두 개의 뿔 때문일까
늙은이의 호흡은 멀리서도 보였다
관록이 무색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팔순을 넘긴 부모님
가고 싶은 곳 있다며 아버지가
식당을 추천하신 건 처음이다
하고 싶은 일보다
바람직하다 여기는 일에 먼저여서 당신들도 그리 살아왔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칭찬하셨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익숙해져도 되는데
습관이 주인이 되었다
나도 잘 안되고
부모님도 잘 안 되는
머리싸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