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욕망의 기라면, 기는 에너지로서 불멸이다. 인생은 거의 무의식적인 기의 습관에 따라 움직인다. 이것을 우리는 습기(習氣)라고 부른다. 즉 무의식의 욕망이 습기다. 무의식은 땅속에 박혀 있는 의식의 뿌리에 해당하므로 의식은 무의식의 습기에 영향을 받아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한다. 무의식의 습기를 바꾸지 않고서는 아무리 의식의 문제점을 이야기해 봐야 당위론으로 끝나고 만다. 나의 인생은 결국 나의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실존적 생각과, 순간은 삶과 죽음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시간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살면서 다른 한편으로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죽음을 응시함이 인간을 소유론적 습기의 속물근성에서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게 된다. p51
ㅡ김형효 철학산책 * 마음혁명 중에서
* * 마음혁명은 최진석 교수님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천천히 읽어가는 중이다.
위 문장을 읽으며 습기(濕氣)라는 단어 만 알아왔기에 의식 무의식에도 이 단어가 쓰이는 거에 놀랐다.
사전을 찾아보니 습기는 세 가지 뜻이 있다. 물기가 있는 정도의 습기(濕氣)가 있고, 여기서 말하는 습기(習氣)는 '불교 습관으로 형성된 기운이나 습성'을 가리켰다. 명상이나 참선 수행자들의 근기, 즉 그 기운을 이르는 것이다. 또 다른 습기(襲器)는 '염습(殮襲)할 때 송장을 씻기기 위해서 향을 넣고 끓인 물을 담는 질그릇'을 뜻했다.
우리말 우리글을 우선시하고 詩에도 문장에도 한자를 배제시키는 경향인데, 가끔 어른들의 글에서 이런 뜻글자를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독서의 매력이다.
어쨌거나 위 문장은 인상적이다. 죽음을 의식하는 삶과 의식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얘기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은 연결되어 있고, 그 표상 즉 기운을 다스리는 일은 각자의 의식에 달렸다는 얘기다.
기를 다스려 습기의 주인으로 살며 죽음을 가까이 둘 때 자기 해방도 가깝다는 얘기리라.
한번 더 보게 되고 질문하게 되는 책, 습기(習氣)라는 단어가 좋아서 이 아침에 주저리주저리다.
'책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의 다른 이름 (0) | 2023.09.26 |
---|---|
체호프 단편선 / 내기 (0) | 2023.02.18 |
최진석 - 북토크에 다녀오다 (1) | 2023.01.19 |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 (0) | 2023.01.14 |
유토피아 감상문 (0) | 202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