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워낙 인상적인 최진석 교수님이 구미에 오신다. 지난 12월에 초판발행된 이 책으로 북토크가 삼일문고에서 열린다.
책을 읽어가면서 드는 생각은 힘을 이렇게 뺄 수가 있는가 싶게 편했다. 강한 어조, 정확한 발음에만 익숙했던 말씨와는 달랐다. 말보다 문장이 더 매력적인 작가들에 비하면 의외였다.
잘 읽혔다. 몰입하기에 좋았다. 옮겨두고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만 스토리에 올려본다.
사흘 후 강연에선 어떤 인상, 어떤 낯섦으로 생산자가 되어주실지. 나는 또 어떤 생산으로 연결되고 연계될지 기다려진다.
각설하고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2부 우주를 겨드랑이에 낀 채로
자유로운 단계는
없는 것을 꿈꾸는 단계이다.
없는 것을 꿈꿀 때 인간은
도전, 용기, 모험적인 활동을 한다
똑같은 내용의 얘기를 들어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 다르다. 같은 내용에 각자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은 같은 일에 각기 다른 깊이로 반응할까? 그 이유는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근거, 즉 그 사람만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P67
**(그 사람만의 바탕, 근거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크게 얼굴 붉힐 일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매 상황, 순간에 함몰되지 않는 것도, 그 이면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는 일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편하고 자극적인 기능에 갇히지 않고 '장애' 상태를 자초하면서 성숙은 시작된다. P69
( 스스로 불편한 쪽에 서는 일, 빛나지 않지만 그 자리를 볼 줄 알고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의 모습은 깊고 성숙해 보인다.
천강성이란 별은 길방을 비추기 위해 흉방에 위치한다는 것처럼.)
아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고 불편한 몸부림을 친다. 이렇게 하면 자신의 질량을 가지고 또 커져서 다른 가벼운 것들을 제압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매력이고, 존경을 유발하는 요소다. P71
'덕'을 갖추고 있음에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비유하여 말하면 물이 잔잔하게 멈추어 수평을 이룬 상태다. 안에 깊은 고요를 간직하고 출렁이지 않는다. 덕이 출렁출렁하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가 되면 사람들은 거기에 이끌려 떨어질 수가 없다. P72
- 덕이 출렁출렁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로 중에서
이미 있는 것에 협조하거나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얻는 삶은 종속적인 삶의 전형적인 형태다. p80
따라 하기로 살면, 당당하게 서서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은 정작 기는 삶을 살게 된다. p81
ㅡ자신의 고유한 걸음걸이로 중에서
** (자신의 고유한 걸음걸이로 걷는 일, 소요유에 이르는 길 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것을 단순히 걷는 일로 보면 가장 이해가 빠르긴 하다. 살아가는 일. 관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걸음걸이를 유지하는 일을 선택하고 리듬을 깨지 않을 줄 안다면 지혜로운 사람이리라.)
장자의 욕망은 소요유, 즉 자유로운 인간으로 완성되고 싶은 것이었다. 그 욕망이 끊이지 않고 더욱 강해지며 계속되어서 영감을 맞이할 수 있었고 결국에는 삶의 근원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p91
ㅡ영감이 피어나는 순간에
인간은 완결된 것에는 더 이상 호기심을 가지지 않는다. 완결되지 않은 것에만 호기심을 가진다.
이것을 '자이가르닉 효과' '미완성의 효과'라 부른다. p93
ㅡ지치지 않는 인간 중에서
3부 신의 있는 사람
쓸모 있음에 갇혀서 쓸모없음을 지향하는 동력을 상실하면 새로운 도전이나 높은 상승은 불가능하다. 나는 꿈을 가진 사람이 꿈 없이 기능만 행사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을 자주 봐왔다. p144
깨달은 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사이에서 들락거린다 p145
ㅡ깨달은 자 중에서
인간은 '고요'의 순간에 충분히 성스러워질 수 있다. 고요는 스스로 성스럽게 하는 힘이자 외부의 성스러움을 영접하는 장치다. p153
ㅡ고요의 간이역 중에서
시란 지성의 높은 단계이고 예는 태도의 높은 단계이다. 음악은 지성과 태도가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른 이후에 완성의 경지를 경험하게 해 준다.
ㅡ철학과 음악의 만남 중에서
교육의 효과가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변화가 일어났느냐 일어나지 않았느냐 하는 점에 있다. p160
ㅡ감동은 자기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다 중에서
** (변화가 없는 사람의 모습은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짐작이 간다. 잘 보이는 사람은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계속하는 사람처럼 집중도 안된다. 도무지 매력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 봤을 때 달라진 사람에게는 호기심이 절로 생긴다 )
4부 건너가는 시선
눈이 낮으면 기능에 빠지고, 눈이 높으면 근본이 발휘하는 실질적인 효용을 안다. 눈이 낮으면 효용성은 기능에만 있는 것으로 안다. 눈이 높으면 효용이 없어 보이는 것의 효용을 안다. 이것이 도가 류에서 말하는 무용지용 (無用之用)의 한
경지다. p184
ㅡ높은 단계의 삶 중에서
**(이 문장이 주는 상징성이 내게 준 감흥은 실로 크다. 기능에 빠져서 그 효용성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인식상태는 우물 안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눈이 높으면 상대에 따라 눈높이를 맞추는 유연함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겠다. 어떻다 어떻다고 하는 일은 대부분 눈높이가 낮아서 생기는 일이며, 스스로 끌어올릴 생각을 않는 자신의 눈높이를 드러내는 일이다. 부끄러운 말이나 행동은 대부분 눈높이에 기인한다.)
실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 중에 하나가 유연성이다. 유연성은 자기 각성과 반성을 통해서 상대에게 양보함으로써 내 이익을 더 크게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이다. 오른쪽 날개가 높은 시선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 자기 날갯짓의 강도와 방향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왼쪽 날개와 함께 펼치는 판을 잘 살펴서 새가 날 수 있도록 조정하여 '정도'를 맞춘다. p192
ㅡ유연성 중에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새의 날개를 동격으로 보는 일에서 한쪽이 반대편을 위해서 조율해주고 있는 결과라는 인식 '정도'는 맞추어서 일어나는 일이란 얘기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앞서게 된다. 자신을 소홀히 하지만, 오히려 보존된다." 노자는 앞서고 보존되기 위해서,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할 뿐이다.
얇고 가까운 것은 감각적이어서 빨리 오고, 두텁고 무거운 것은 느리게 온다. 느리게 오는 것이 진짜에 가깝다. p201
ㅡ선도국을 향한 시선 중에서
제5부 정해진 마음 넘는 법
신념은 각자에게 진리다. 진리를 양보하고 마음 편할 수는 없다. 자기 진리를 양보하고 여유로울 수 있는 것, 아마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일지 모른다. p206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고 아는 자는 말로 하지 않는다." p223
전해줄 수 없는 것을 나름대로 갖는 것이 독립이다. p225
생산 과정은 윤 편의 손놀림이다. p227 ㅡ내손의 의미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한테는 바다에 대해서 말해줘도 소용없다. 그 이유는 그가 우물이라는 좁은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p229
진리는 문장 아닌 마음에 있다 p247
ㅡ착실한 보폭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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