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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오래가요? 한 철만 보는 거지요 존재에 대해 말하려다 실존을 봐 버렸다 모순이라고 하긴 알뿌리가 있음으로 윤회를 믿어도 될까 슬퍼? 뭐가 계속 남아 있다는 게 꽃 없이도 마음 없이도 살아있다는 게 혹은 없던 것들이 어깨에 내려앉는 빈 화분에서 뭔가 올라올 때 그렇다고 죽었다고는 말 못 하는 거 이젠 그만 멈추고 싶은 오르골을 다시 감아주면 얼마간은 더 뱅글뱅글 돌겠지 물조리개 위로 골고루 뿌려지던 절망과 슬픔의 질량으로 컴컴한 화분 속에서 우리는 한동안 벙글겠네 ㅡ임수현 2022년 겨울

시와 수필 2022.12.31

지적 파륜(破倫)ㅡ최진석 칼럼

문명은 전체가 다 지적(知的) 산물이다. 문명의 모든 것은, 심지어 예술까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생각의 결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적이라는 말은 감각, 관습, 감정, 습관, 집단 등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숙고에 따르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삶의 높이와 효과가 모두 지적인지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숙고하는 일에서 더 큰 효과를 내게 하는 장치로 인간은 ‘논리’를 개발했다. 논리를 따라야 숙고의 효과가 보장된다. 논리를 ‘생각의 규칙’ 혹은 ‘말의 질서’라고 해도 된다. 당연히 논리는 인간이 더 나은 인간이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를 결정한다. 오죽하면, 인간이 생각의 규칙을 어겼을 때, ‘염치’를 느끼도록 진화했을까. 염치가 인간을 인간으로 살게 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치로..

좋은 기사 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