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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청도 소싸움 장 빨강소는 열 살 파랑소는 네 살이다 입장할 때 빨강이는 포효했고 파랑이는 숫기 없는 소년 같았다 머리만 맞댄 싸움 왜 머리로만 싸우는지 우직하고 깔끔해 보이는 건 두 개의 뿔 때문일까 늙은이의 호흡은 멀리서도 보였다 관록이 무색해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팔순을 넘긴 부모님 가고 싶은 곳 있다며 아버지가 식당을 추천하신 건 처음이다 하고 싶은 일보다 바람직하다 여기는 일에 먼저여서 당신들도 그리 살아왔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 칭찬하셨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에 익숙해져도 되는데 습관이 주인이 되었다 나도 잘 안되고 부모님도 잘 안 되는 머리싸움이 있다

사람향기 2022.11.19

곶감

상주가 시댁인 지인의 밭에서 온 둥시감. 곶감은 쌀과 누에고치로 만든 명주실에 더해 三白에 든다 감 따러 가자는 걸 혼자가라며 남편만 보내 놓고 자신이 편한쪽을 택한 거라는 친구 떫은 감이 곶감이 되고 시설이 앉기까지는 꽃에서 부터 자신을 바꾸고 또 바꿔 온 지난한 여정이 있어서 가능한 일 당연하다 여기며 해왔던 일들에 나이들수록 무심해지지 않는 건 껍질을 벗기는 일과도 닮은 것일게다 삶도 여정따라 익어 간다면 맛나겠다 베란다에 일없이 눈이 가고 손이 간다 미완의 맛 중에 으뜸은 곶감이 아닐까!

사람향기 2022.11.17

마음의 크기 - 잔챙이는 가라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다가, 누군가 급히 끼어드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이런 경우에 어떤 사람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서 들어오기 편하게 거리를 벌려주지만, 어떤 사람은 경적을 세게 눌러 항의를 하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 차를 앞질러가서 막고 주먹질을 해대기도 한다. 반응이 제각각인 것은 농도가 다른 정의감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크기가 달라서일 것이다. 마음이 크면 그냥 빙긋 웃고 말지만, 마음이 작으면 끼어들기로 놀란 것을 자기 자존이 무너진 것 정도로 받아들이고 분노를 견디지 못한다. 정의감이나 진위 판별 능력 혹은 선악에 대한 민감성 정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마음의 크기 때문이다. 세상을 위해 공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은 급히 끼어드는 사람에게 거리를 벌려주..

좋은 기사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