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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먹은 나뭇잎

'누군가 먹여 살린 흔적'이라던 어느 시인의 시를 알고부터 낙엽을 볼 때면 그 여백이 눈에 먼저 든다 예쁘고 봐야 한다는 인물론은 이 시에 비하면 얼마나 껄끄러운가 그럼에도 예쁘고 싶은 쪽에 서는 게 인간일 게다 양가적 감정에서 한쪽에 서게 될 때 그 반대편 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 어느 쪽이든 논쟁할 일은 줄어들겠다 몰입은 나를 잠시 떠나는 시간 나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나 이외의 것에 연결되어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초월적 기쁨은 그래서 몰입과 닮았다 자신을 내어준 자리 가장 나다운 모습은 어쩌면 나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향기 2022.10.24

유토피아 감상문

토마스 모어는 (1478~1535) 57세에 처형당했고 38살 (1516년)에 유토피아를 썼다. 저는 유토피아를 통해 '인식에 관한 문장'에 관심이 갔습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의 생애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이 삶을 규정짓는 거라 믿으며 저는 제 인식을 향상해 가는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거슬리는 맘이 생기면 저는 바로 제 속을 들여다봅니다. 그 마음들은 대체로 관계에서 '소화시키지 못한 찌꺼기 감정'임을 알게 됩니다. 쓰레기 치우듯 이해가 수반된 개운한 상태를 저는 즐깁니다. 각설하고 유토피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부에서 라파엘이 섬나라 주민들에게 나침반 사용법을 알려주자 겨울에도 항해를 했고, 도움 되리라 믿었던 일이 커다란 불행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의로 한 일이 안..

책향기 2022.10.18

세대단절에 관한 소고

지인과의 관계에서 몇 번의 단절을 경험했다. 다른 게 당연한데 내겐 소모전 같고 출구 없는 터널 같아서, 힘을 빼고 물러나는 것이다. 나도 부모지만, 내 부모님께 입을 닫을 때가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가치관을 확인할 때다. 그 고정관념이 나와 무관치 않고 이 또한 내 욕심이란 걸 알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내 자식에게 나도 틀이 훤히 보이는 부모는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소모임에서 세대단절에 대한 물음이 있었다. 최근에 초등대상 영어학원을 개원한 지인은 아이들의 언어 이해가 어렵다고 했다. 말을 못 알아들어 되물어야 하고 반복되다 보니 수업시간 전에 울렁증이 생길 정도라고.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부는 안 좋아진다고 하지만 우리 세대가 낀세대로 적응하고 있듯 ..

사람향기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