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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ㅡ은둔기계 <김홍중>

사회의 지배적 여론과 정동으로부터 집요하게 탈주하는 것, 과잉 연결된 관계들을 해체하는 것, 인간들의 세계를 떠나 비인간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 과열된 자본주의적 삶의 형식을 벗어나는 것,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가능세계를 발명하는 것, 이것이 21세기의 새로운 은둔의 실천이다. 말도, 욕망도, 연결도, 소비도 많은 ‘과잉의 시대’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인 김홍중은 ‘은둔’을 이 시대를 헤쳐가는 삶의 방법으로 제안한다. “사회적인 것, 지배적인 것, 패권적인 것으로부터의 필사적 탈주” “사적 삶의 추구가 아니라 지구적 공(公)과 연결되는 현장의 구축”으로서의 ‘은둔’이다. 예컨대 ‘과도한 연결, 과도한 생산, 과도한 학습, 과도한 경쟁 등에서 벗어나 덜 움직이고, 덜 먹고, 덜 쓰고, 덜 존재..

좋은 기사 2021.01.13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깜빡 눈 감을 때 연두와 눈뜰 때 연두가 같지 않고 조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가 있었음과 당신의 없었음은 또 어떻게 말할까 늦은 오후에 후둑 비 떨어진다 비와 비 그 사이가 바로 연두 말하려다 만다 연두를 설명할 수 없었던 일처럼 사랑도 그러했는데 다 듣고는 믿지 않을 거면서 당신들은 말하라 말하라 다그친다 설명하라 한다 할수록 점점 다른 뜻이 되어가는 절망 배신 희생 죽음 따위와 뭐가 달라 그들 생애엔 순간을 포함하지 않았으리 비루하지도 않았으리 연두가 어떻게 제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겠는지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마음이 있어도 마음이 영 옮기지 못하는 그 결별들을 다 어떻게 ㅡ이규리 중에서

사람향기 2021.01.13

생태공원 겨울풍경

해마다 저수지 1월 풍경은 변함없다 새해 들어 연일 영하권이더니 오늘은 햇살과 바람도 순했다 구미는 거리두기 2.5단계 경계할 건 사람뿐이어서 책이나 음악이 벗이 되어가고 이 글은 쓰는 시간에도 확진자가 3명 나왔다는 문자가 왔다 불확실한 미래! 평범했던 일상이었는데 평범도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지도 1년이 넘었다 저수지 풍경은 같지만 같지만은 않다 지난여름 최선이었던 꽃대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케도 박혀있다 멈춘 것 같지만 깨어있으리라 어딘가 저 아래쪽 봄은 올 테고 수면도 피어나리라 여축없이 순환하는 자연 부자연의 편리에 익숙해진 우리 봄이 오면 봄은 올까 2021.1.12

사람향기 202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