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이 며칠 남지 않은 정초에 조용하던 아파트가 들썩인다. 이맘때면 우리 동네(원호지구)에는 어김없이 지신밟기 풍물놀이꾼들이 찾아온다.
지신밟기는 예전에는 어느 마을에서나 행해지는 민속놀이였고 악귀를 밟아 없애고 다 같이 복을 누리자는 개념의 마을 공동체적인 행사였지만 요즘이야 각기 살기 바쁜 세상이고 아파트 문화다 보니 마을공동체라는 느낌마저도 희박하다.
하지만 고아읍 새마을 지도자와 부녀회장으로 구성된 놀이패는 꾸준히 지신밟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지신밟기를 해온지가 벌써 10년째다. 회원은 70여명이나 되며 30여명씩 조를 나눠서 청초에 초청만 해주면 어떤 곳이던 달려가서 복을 빌어주고 액운이 물러가고 1년 내내 좋은 일만 있기를 빌어주는 한바탕 놀이마당이다.
오늘(12일)은 고아읍 원호지구다. 점보타운 한누리타운 관리소 새마을금고 어린이집 초청한 곳곳을 돌며 한바탕 신명나게 놀아주는 놀이꾼들의 복장부터가 사라져가는 우리네 풍속을 일깨우는 일 인듯하여 더욱 정겹게 보인다
황수원(75세)님의 앞소리가 힘차고 구성지다. 자칭 소리꾼이며 인간문화재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다. 인간문화재로 언제 지정되셨느냐고 하니 진짜는 아니고 전도지사(이의근)께서 구미의 인간문화재로 충분하다는 칭찬을 해주셨기에 그 이후로는 당신은 인간문화재(!)시기에 더욱 열심히 활동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어르신의 앞소리는 가는 곳마다 다르다. 영업장에선 무탈하게 장사 잘 되고 손님 많으라고, 오는 손님 술꾼이어도 내 손님이니 잘 맞이하고 잘 달래라고 곳곳마다 다독이고 어르는 추임새까지 정겹다.
놀이패의 이선자(47세) 회원은 춥지 않느냐는 물음에 “어제 오늘 강행군이라 피곤하지만 흥이 있어 추운 줄도 몰라요”라며 신명난 얼굴이다.
갈 곳이 많아 분주한 황수원 어르신은 놀이판이 끝나자마자 놀이패를 몰아 다음 장소로 분주히 움직이시며 소리꾼답게 리드미컬한 춤사위로 기자에게 손 인사를 건네시고는 흥겨운 가락을 꼬리처럼 남겨두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해 가셨다. 노익장의 재바른 몸놀림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복을 빌어주는 일이야 말로 가장 복 받는 일이 아닐까’
글 사진 이미애
m05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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