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매운탕 & 도리뱅뱅이 - 계곡나들이

구름뜰 2009. 8. 5. 16:46

 

 

 

여름피서지로 우리가족이 매년 가는 곳은 3번 국도에 있는 외가인 대덕면과

이모가 사는 김천시 사이에 있는 부항면이다.  

흑돼지로 유명한 지례면 소재지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부항면 계곡이다.

부항면에는 지금 댐공사가 몇 년째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내년쯤에는 이곳이 수몰될 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의 여름피서지 아지트가 된 건

벌써 5년 정도 되어 간다. 그 전에는 대덕청암사 쪽 이었는데 해가 지날 수록

인파가 어찌나 몰리는지 한발 물러나 덜 알려진 곳으로 잡은 곳이다. 

 

 

올해도 처음엔 우리가족 12명만 생각했었다. 한데 역시나

엄마는 이모부께 가까이 사시니 일찍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연락하고 

외삼촌 외숙모한데는 늦게라도 좋으니 꼭 와주길바래라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외삼촌은 이쁜 맏딸에게 연락하고,

해서 모이면 항상 대가족이다. 올해도 총 22명이 모였다.

 

외가와 가깝다 보니 각자 알아서 들 찾아오고 먹거리도 알아서들 준비해 오는 통에

모이면 사람 수 만큼 먹거리도 푸짐하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것이 <고기 잡이 놀이와  민물고기 매운탕>이다.

휴가철이면  학수고대하며 식구들이 다 모이는 이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통에

나는 즐길줄도 모르는 매운탕 솜씨는 어쨌거나 남편 덕분에 잘 끓인다.  

 

 

올해도 떠나기 전날부터 족대랑 파리낚시 챙기는 걸 보고

매년 보는 모습이지만 어찌 저리 좋아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다. 

나는 낚시를 싫어하는 편이다. 살생에 대한 선입견이 어릴적 종교 교육에서 기인한건지

물고기나 생선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나길  비위가 약한건지 먹어볼래도 잘 안된다. 미각보다 후각이 더 발달해서 

코로 음식을 먼저 먹는다 할까. 어쨌거나 즐겨지지 않는 음식이다.

 

 

그렇더라도 계곡만 가면 식욕이 왕성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리라. 

먹성좋은 식구들 덕분에 간식에서 부터  기본적메뉴 플러스 알파까지 준비해 간다.  

1년에 한번인지라 양껏 골고루 준비하는 것이다.  

 

 

계곡에서 고기 잡는 것이 불법인지는 모르겠는데, 고기잡이 좋아하는 남편 둔 덕에 항상 조심스럽다. 

중학교 2학년 조카한데 여기서 고기 잡아도 될까?  라고 물었더니 조카왈,

"고모 플랜카드에  다슬기를 잡지 맙시다 라고만 적혀 있었어요 그러니 물고기는 괜찮아요."

란다. 녀석 어찌나 반갑던지 명쾌한 해석!이 고마웠다. 

 

 

이 미꾸라지는 전날 우리 일행이 온다고 이모부께서 미리 잡아두신 고기다.

혹여 한 마리도 못 잡으면 매운탕 좋아하는  남편 생각해서

미꾸라지 어탕이라도 끓여먹으라고 가져 오신 배려다.

소금만 넣어서 즉사시키는 줄 알았는데..이모부께서 호박잎을 넣어서 쓱쓱 버무리셨다.

왜 그런고 물어보니 미끄러운 진을 제거하기에 호박이 딱이라고. .

어른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이런 지혜를 하나씩 익히게 된다.

 

 

매운탕을 끓이려는데 작은 물고기들만 골라서 도리뱅뱅이 해 먹고 싶은 남편,

누가 말릴까 팬을 달구지도 않고 그새 후라이팬에 작은 고기들을 두르는 중이다.

팬을 달구어서 고기를 놓을 때 지지직 하는 소리가 나면서 딱 붙어야 하는데..

 

 

 

식용유를  두르고 고기를 바싹 익혀야 한다. 

이 때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기를 뒤집지 말고 익혀서 기름만 쪽 따라내는 것이 정석인데

팬을 달구지 않고 고기를 얹은,  만드는 방법 잘 모르고 의욕만 앞선 남편 덕분에

고기가 팬에 붙지를 않았다.   팬도 너무 넓고 양이 적어 뒤집어 익혔다.

 

 

 

 

바싹 익혀진 고기위에 갖은 양념을 올려서 살짝 더 졸인다. 

술안주로 그만이다.

 

 

양이 적어서 게눈 감추듯 한 마리씩만 맛을 보았다.

맛 역시 1년에 한 번 밖에 못보는 추억의 맛 이었다. ㅎㅎ ㅎ

 

 

계곡에서 잡은 물고기와 미꾸라지양이 많아서 두 곳으로 나누어 매운탕을 끓였다.

 

 

 

 

 

 

 

 

 

 

아이들이 어찌나 잘 먹는지. 밥 한그릇씩 들고 계곡물에 발 담근 녀석들...

 

 

 

매운탕 싫어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사람으로 점심 자리가 두편으로 나뉘었다.

 

 

 

우리 막내 녀석 '어디 갔다 이제 왔노' 반가운 짝궁  데리고 느즈막에 왔다.

 

  

물세례를 맞은 '어디갔다 이제왔노 신부'  시월이면 새신부가 되어 우리 식구가 된다.

반가운 사람이다!

 

 

 

 

지례면 식당은 다 식육식당이다. 

집에서 갖은 야채만 준비해 가면 제일로 맛있는 흑돼지가 기다리고 있다. .

 

 

이런 엄청난 획일적이지도 않은 조리기구 예를들어서 도마나 쟁반 등등

이런 기구전담반은 당연 우리 엄마다. 얼마나 잘 챙겨오시는지  체력도 짱이다.

그리고 엄마는 놀러가면 항상 그런다. 

"젊은 너그들은 놀아라 우리가 만들어 줄게... " 라고

그렇지만 그러지도 않지만, 항상 들을 때 마다 기분 좋은 소리다. ㅎㅎ

 

 

평소보다 서너배는 더 먹는 것 같은 이런 피서는 다녀오면 몸무게가 1킬로는 기본으로 늘어난다.

식욕도 왕성해지고..

 

 

 

 

잘 보이진 않지만 양 옆으로 막대기에 파리낚시를 쳐놓은 곳이다.

딱 한마리 걸렸는데 월척이다.

 

  

 

 

다들지쳐 건너편 산그늘에서 쉬는 시간,

여전히 족대들고 계곡을 누비는 지치지도 않은 둘이 있었으니.. ㅎㅎ

 

 

 

맛있는 행복으로 즐거운 피서지의 추억은 더욱 맛있다.

부모님들이 건강하고 마침 외가쪽 식구들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족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외할머니가 물려 주신 유산처럼,

어릴적이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정서가 잘 통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그 맥을 외삼촌이랑 외숙모

그리고 이모 이모부,  엄마 아버지가 잘 이어와 주고 계셔서 그런지 모른다. 

올해도 추억만들기는 대 성공이다.

고마운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모두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