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가 넘었다.
배가 고프다.
아이가 올려면 아직도 한시간 내지는 30분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책 보다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아오리 사과 한알로 떼우기로 마음 먹고 무심코 사과를 꺼냈다.
한데 요 자두만큼 작은 사과가 어찌나 이쁘게 생겼는지 먹을 수가 없다.
잎사귀가 하나 달렸을 뿐인데,,
대체로 아오리 사과는 연두빛인데
요 붉게 물든 소녀의 연분홍빛 마음같은 수줍은 이 색은 또 어찌나 이쁜지. .
사랑의 신 비너스의 아들 큐피트의 화살에 맞은 걸까!
어줍잖은 감성으로 또 금새 멜랑콜리 센티해졌다.
이 사과에 필이 꽂혔다.
이리로 보다가 저리로도 보다가
생전모습!
기록으로라도 남겨 두고 싶은 미련!
한입 베어 물어야 하는데 자꾸 망설여 진다.
아쉬워서 또 한컷.
한입 베어물고, 아 이맛이다 싶어서 또 한컷
또 한입 베어물고 또 한컷
또 한입,
...
이 모양도 이쁘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혼자놀기 잘하는 나는 사과한데는 미안한듯 해 놓고는
한입 베어 물고는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미련없이 먹어 치웠다.
사과가 그랬을지 모른다.
"지가 무슨 큐피트인양 폼만 잡아놓고선 내 이렇게 먹힐 줄 알았다.. ㅎㅎ"고
밤에 쓴 연애편지 아침에 보면 유치해서 못 읽는 다는데
내일 보면 엄청 유치할래나..
이쁜 만큼 맛있는 사과.
맛있는 사랑 맛있는 행복을 심야시간에 맛보았다.
이 포만감은 사랑과 행복도 함께 먹어서 인가보다!
아직도 고 3 아들은 독서실에서 돌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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