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비오는 아침

구름뜰 2009. 8. 27. 07:31

 

 

오랫만에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창문을  열어봅니다.

바람이 상쾌합니다.

젖은 노면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더위도 성큼 물러나 앉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록으로 무성하지만 머지않아,

곡식들도 마지막 햇볕을 맘껏 빨아들일 것입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방황할 것입니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라이너마리아릴케>의 詩  '가을날' 입니다.

이 아침에 때를 알리듯 생각이 나네요.

하루하루 곡식들은 마지막 햇빛까지 알곡을 채워갈 이 때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시인은 염려하는 듯 합니다.

마지막 열매를 준비하는 곡식에 비해 정신없이 살면서 방황하는 인간을 질타한 것 같습니다!

지금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마지막 단 맛을 위해 우리도 좀 더 깨어있으라고 자극해  주는 시인, 

육체도 정신도 이 맘 때면 여름날보다

살 찌우기에 가장 좋은 때 입니다.

조금더 여유를 갖고 다가오는 가을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이나, 그때 할 걸 하고 미뤄두었던 일이 있다면

이 계절에 한 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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