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
창문을 열어봅니다.
바람이 상쾌합니다.
젖은 노면위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립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더위도 성큼 물러나 앉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록으로 무성하지만 머지않아,
곡식들도 마지막 햇볕을 맘껏 빨아들일 것입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 위엔 바람을 놓아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이 영글도록 명하시어,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극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고,
완성으로 이끄시어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넣어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깨어나,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가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레 방황할 것입니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라이너마리아릴케>의 詩 '가을날' 입니다.
이 아침에 때를 알리듯 생각이 나네요.
하루하루 곡식들은 마지막 햇빛까지 알곡을 채워갈 이 때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시인은 염려하는 듯 합니다.
마지막 열매를 준비하는 곡식에 비해 정신없이 살면서 방황하는 인간을 질타한 것 같습니다!
지금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마지막 단 맛을 위해 우리도 좀 더 깨어있으라고 자극해 주는 시인,
육체도 정신도 이 맘 때면 여름날보다
살 찌우기에 가장 좋은 때 입니다.
조금더 여유를 갖고 다가오는 가을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이나, 그때 할 걸 하고 미뤄두었던 일이 있다면
이 계절에 한 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 좋은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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