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도시락

구름뜰 2009. 9. 20. 07:48

 

고 3 아들 도시락을 오랫만에 쌌다.

일요일에는 급식이 없어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친구들이랑 짜장면, 짬뽕 등 교실에서

시켜 먹는 재미도 있다며 한동안 그냥 가더니 어젯밤 늦게 갑자기 도시락을 싸 달란다.

준비해 놓은 건 없고, 냉장고엔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계란, 햄 뿐이다. 

마침 불고기 양념해 놓은 것과 멸치 볶음이 있어서  대충 이렇게 완성.. 

밥보다 반찬을 많이 싸달라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먹을 모양이다.

 

아들은 아직도 꿈나라에 있다. 한 40분 정도 더 자도 되는 시간이다.

나는 도시락을 싸놓고 이렇게 컴 앞에 앉아 먹고나면 그만인 음식을 올려본다.ㅎㅎ

 

내 학창시절 도시락은 참 간소했었다.

어쩌다 계란후라이 하나 올라오면 엄청 반가운 시절을 살았다.

김밥은 소풍이라야 가능한 연례 행사 같은 음식이었다.

물론 콜라나  사이다  한병도 김밥과 함께 그 부류에 들 만큼 귀했다. 

삶은 계란도 당연 빼 놓을 수 없다. 

 

학교에서 가까운 동산으로 소풍을 갔던일..

소풍가기 전날  해거름에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내일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던일..

가을소풍 가서 볼것이라고는 오막한 주변 나무들과 하늘구멍 뿐이었던 산골..

그 파란 하늘이 유독 높았던 기억..

 

뚜껑이 지금처럼 플라스틱으로 편리 했더라면 좋았을 걸 

병따개로 따면 아껴 먹을래도 손에서 놓지 않고 한 번에 다 먹어치워야 했는데

그  탁 쏘는 단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그 상쾌한 짜릿함이란..

명절 앞두고 하는 목욕만큼 상쾌한 기분, 목구멍 청소하는 맛이랄까! ㅎㅎ

그 유리병을 들고 있던 포만감이란....., 들고만 있어도 자랑스러웠던....  

그렇게 아끼고 아끼다가 김도 다 빠진 것을 쏟기라도 하면,...으앙,.. 울고 싶었던,,

차마 울진 않았지만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그 단맛의 미련으로 애꿋은 물흔적을 발로 짓뭉게기도 하고 툭 툭 찼던일.. 

땅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립다 그시절! ㅎㅎ

다시 돌아가면 정겨운 추억으로 남은 만큼 아를다울 수 있을까?

그렇진 않겠지.. 추억이라서 아름다운 것일게다!

 

 

숨돌릴 틈 없이 시간에 쫒기는 고3!

수면부족으로 힘들만도 하건만 그래도 내색 않는 편이다. 약간 예민하긴 하다.

그리 신날  일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 같아도 살맛이 딱히 날까?

맛있는 것  말고는 오락프로 보면서 소리내어 크게 웃는 것이 녀석에겐 그래도 비타민 같은 시간이다. 

 

해줄건 아무것도 없고, 나는 속편하게 잘 지낸다. 미안할 정도로.

녀석이 감당해내야 할 일이고 내가 속 끓인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  믿음을 가지고 지켜봐주는 것 말고는...

 

권아!  힘들지.. 도시락 먹고 힘내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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