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가 아직 한통이나 남아 있다,
자주 꺼내 먹지 않은 탓도 있고 식구수에 비해 김장을 많이 한 탓이기도 하다.
그래도 묵은지는 오래 둘수록 곰삭은 맛이 물리지 않아 좋다.
묵은지! 발효식품의 왕이라 하겠다.
가끔 시큼하면서도 개운한 찌게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처럼 너도 나도 명절 고향길에 분주한 때,
고향 못가는 사람들이 고향을 생각하는 것 처럼
음식에도 그리운 맛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맛보다는
그 순간,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집 고춧가루는 엄마가 직접 붉은 고추를 씻어서 지붕위에서 말린 것이라 유독 색이 곱다
엄마가 농사도 짓지 않고 도시에 사시는데도
내가 사시사철 태양초 고춧가루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엄마 덕이다.
속이 아직도 아삭아삭 하다
이정도 인걸 보니 2년 정도 묵혀도 괜찮을 것 같다!
김치찌게에 돼지고기 넣은 걸 아이가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넉넉히 넣는다.
푹 끓여야 고기맛도 부드러워 지고 묵은지 맛도 제대로 우러난다.
냉장고에 햄 조각 남은것 까지 공수.. 갖은 야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김치 양념때문에 다른 양념이 별로 필요없고,
소금간만 보면 나머지는 묵은지가 알아서 해결해주는 손 쉬운 요리다.
시큼한 냄새 맡고 나와서는 배고프다고 아빠도 오기전에 밥 달란다.
오늘 기말고사가 끝났다. 일단 교내 시험은 끝이다.
수능이나 논술 등 많은 시험들이 순차적으로 남아 있긴 하지만,,
이럴때는 꼭 뜨거운 밥보다는 식은밥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김치찌게에 계란말이는 필수라는 녀석,, 결국 혼자서 먼저 먹었다.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저녁 식사 하고 온다는 전화가 먹는 중에 울렸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