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파피루스의 정기공연이 19회를 맞았다.
파피루스는 극단 ‘미추’의 단원이었던 곽유순씨와 남편 김장욱 두부부의 에너지로 구미지역의 연극문화에 풀뿌리를 내린 자생력 있는 극단이다. 매년 2편씩 정기공연을 해왔으며 지역사회의 문화지킴이로서의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들만의 리그가 19회째를 맞았으니 구미의 든든한 문화길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9월 19일 밤 극단 파피루스 찾았다. 공연을 일주일을 앞 둔 터라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객석은 없고 무대만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배우들의 몰입이 얼마나 진지한지. 연출자(김장욱), 음악 감독(안기동)과 라이브 밴드, 그리고 그 외에 조연들까지 모두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는 전쟁 통에 남편을 잃은 분이의 아들 진호가 서울 일류대학에 합격 서울로 떠나게 되면서 전개된다. 진호는 고향에서 옥자와 청순한 사랑을 맺고 앞날을 기약하고 떠난다.
하지만 자신의 보장된 미래를 위해서 부잣집 딸 애리를 선택하게되고 옥자는 배신당한다. 진호를 사랑한 죄밖에 없는 옥자의 인생은 파멸로 치닫는다. 진호와의 과거를 폭로하겠노라며 진호엄마를 협박하는 기둥서방 따개비에게 옥자는 칼을 휘두르게 되고 따개비는 열차 사고로 죽게 된다. 형체도 알아 볼 수 없는 시신은 분이의 것이 되고 아들 진호는 매년 그 무덤을 찾으며 제사를 지낸다.
그로부터 10년 후, 분이는 멀쩡히 살아있었지만 차마 자식앞에 못 나타났고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서야 아들집 주변을 맴돌지만 아들마저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며느리에게선 거지 취급만 받는다. 끝끝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 결국 분이는 자신의 제삿날 아들집 앞에서 최후를 맞는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과, 출세를 했든 못했든 부모 마음 헤아리지 못하는 자식, 죽고 나서야 애통해하며 통곡해보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지나가 버린걸. 그것이 부모를 향한 자식사랑의 한계인건지.
“세상의 자식들은 모두 불효자”라는 김장욱 연출자는 이번에도 ‘가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골랐다고 했다. “부모 없는 자식이 없는 것처럼, 또 부모한데 잘 하는 자식 없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부모 앞에서는 불효자일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이번 작품에 임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부모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를 바란다고.
이영주(분이역)배우는 눈물을 쏙 뽑아내며 기를 다 쏟는다 할 만큼 넘치는 역량으로 주변공기까지 압도했다. 어머니 역을 맡아서 그런지 할 때마다 “엄마 아버지에게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지난날 속상하게 해드린 것들만 생각 난다”고 했다.
진호에게 배신당한 옥자의 삶은 기둥서방에게 인간 취급도 못 받은 술집아낙네로 추락하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모진 폭력에 시달린다. 연습인데도 얼마나 리얼하게 머리채를 휘어잡는지..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안우정(옥자역) 배우 또한 “오히려 연기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 한다. 맞아야! 더 리얼하게 감정이 살아난다고, 역시나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배역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열심히 하니까.” 라고 말을 아끼는 김연출자는 연극은 관객과 배우들이 함께 소통해야 하는 작업이라 정작 연습 때가 힘들지 무대에 서면 힘이 난다고 한다. 특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날은 그 맛에 한다고..... 구미의 연극인으로 굳건하게 후진양성에까지 열성을 보이는 두부부의 모습은 구미 연극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조금씩 이력을 더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저 고맙고 반가운 자리였다.
올해는 구미 전국연극제도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되었다.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바 소임들을 잘 해내고 있고, 풀뿌리처럼 이렇게 맥을 이어주기에 구미문화 예술의 미래는 더욱 밝은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마음으로 문화나들이를 해 보면 어떨까. 영영 못 갚을 은혜를 위로라도 해 드릴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연출 : 김장욱 음악감독:안기동 안무:김명란 무대:조영익
출연 : 홍성민 이영주 김희옥 이은주 외 00명
공연 일시 : 9월 24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9월 25일 26일 오후 4시 3분 7시 30분
공연문의 : 극단 파피루스 054-451-9724
인터넷 예매 : http://cafe.daum.net/papiruse
예매처 : 시내 금맥당 452-6625 금오당 451-3434 롯데리아 구미점 451-4680
동아백화점455-2111 춘양당 서점455-6669등 시내 22개 예매처에서 예매중이다.
요금 일반 학생 6000원 일반 12000원
글 사진 이미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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