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성묘 (가을풍경)

구름뜰 2009. 9. 27. 09:37

작년부터 우리 가족은 성묘를 일주일 앞당겨서 다녀오고 있다.

교통난이 제일 큰 이유다.

 

 

시조부님 산소 가는길이다.

가을 가뭄으로 수수밭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늘은 저리 푸르건만,, 

고지대라 그런지 수수밭과 하늘빛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  

 

 

사실은 정확하게 수수밭인지 무엇인지? 작물 이름은 잘 모른다.

노란기정쌀이라는 분도 계시고.. 모르는 작물이다.

 

 

다음주부터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초등학생 두녀석만 서울에서 왔다.

중고생 조카들은 도서관으로 고고싱하는 바람에 식구가 많이 적어졌다.

 

 

 

 

 

이름은 모르겟지만 이 열매는 얼마나 오종종하니 가지마다 많이 달려 있는지.

이뻤는데 아래로 향하고 있고 위에는 잡풀들이 많아서 찍기가 어려웠다.

 

 

도토리를 찍고 싶었는데 엉뚱하게 잘 못 찍힌 사진이다.

 

 

어디서보나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다.

 

 

쑥부쟁이 한송이가 발길을 멈추게 하고..

야생화가 아름다운건 이렇게  요란스럽지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누가보든 말든 제 자리에서 제몫을 다하는.. 

 

 

건장한 아들녀석 무거운건 혼자서 기꺼이 든다.

시키지 않아도 제 군번이다 싶은건 알아서 잘 하는 날렵한 모습..

시아버님 산소에 도착해서 보니 맙소사 막걸리와 접시를 두고 왔다.

제일먼저 제 몫인줄 알고 "내가 갔다 올게" 라며 집 까지 다시 다녀온...

초등학생인 조카손자는 그 더운길에 삼촌따라 같이 가고 싶다고..

아이는 아이인게 어른들은 힘들거라는 생각이 먼저인데

삼촌따라가면 좋겠다는 생각말고는 딴생각 전혀 안하는 순수한 동심.. 

생각이 깊다거나 많다는건 어쩌면 순수함을 잃어가는 부분일수도 있다.

 

충분히 기쁜맘으로 같이 다녀오는 것도 아이에겐 추억이 될 일이지만

어른들은 너나 없이 힘들다고 말렸다.

아이는 삼촌 올때까지 미련을 못버리고 삼촌 간 길에서 목빼고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오늘 수고 더블로 많았지,, 수고했다. 아들..

앞서가는 네 모습이 의젓해서 한컷 몰래 찍었단다..ㅎㅎ

 

 

 

아버님 산소가는길에 이런 산대추 나무가 많다.

시중에 나오는 대추보다 열매 크기가 삼분의 일 정도 밖에 안되는 야생 대추다.

맛은 엄청 단데 벌레가 잘 슨다.

대추차 끓여 먹어 보자고 아버님 산소 다녀오는 길에 양쪽 주머니를

도토리 문 다람쥐 볼태기마냥  볼록하게 채워온 남편,,, 

대추를 꺼내 놓는데 제법 양이 많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대추차 마실 즈음엔 산소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겠지. .. 

 

 

 

 

 

아랫집 아재의 대추나무다.

약을 제때에 쳐서 그런지 열매가 실하다.

 

 

 

시골집 앞 전경이다.

 

 

 

 

시골집 대문 맞은편에 길가에 지어진 거미줄이다.

어머님이 안계시니 인적도 드물게고 그래서 거미들이 대형공사를 벌였는지 모른다.

저위가 대왕거미이고 아래쪽에 새끼거미 같았다. 남편거미인가?ㅎㅎ

바짝 마른 강아지 풀을 먹이로 착각한건 아닐터인데

주변을 지렛대 삼아 집을 확장시켜가고 있었다.

 

어머님이 집을 지키고 이 길을 자주 드나드셨다면 이 거미줄이 가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미물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어디쯤이 내 자리이고 어디쯤이 안전한 곳인지..

이렇게 큰 거미줄은 처음 보았다.

사람 흔적이 없으니 거미들도 살 판이 난건지.. 

 

 

이중 삼중으로 거미줄을 쳐놓고  미끼가 달려들기를 기다리는 

을 운동장 만하게 지어 놓은 욕심쟁이 거미가족들이다.

응어리로 보이는 저것들은 거미의 먹이들이다.

거미줄에 걸려든 먹이를 돌돌말아 놓아 비축해둔 양식인 셈이다.

어느침입자든 거미줄에 걸려 들면 이 모양이 될 확율이 높을게다.. .

 

 

감이 귀하던 시절,

내가 여섯 일곱살 적에 우리집에는 감나무가 없었는데 바로 뒷집인 큰집에는

동네에서 제일 큰 고동시 감나무가 있었다.

새벽에 아버지는 꼭 서리맞은 감홍시들을 주워다가 동생과 내 머리맡에 놓아두셨다.

우리는 잠 깨면 제일먼저 머리맡에 감홍시가 있나를 확인했었다.

 

그 홍시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완전히 완숙한 홍시의 맛!

감나무에서 완벽하게 익을대로 익어서 똑 떨어진,,

당연히 이 감홍시처럼 터진것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면 온전한 건 먹을수도 없었다. 

낙과도 부지런해야 먹을 수 있는 시절이었으니까.

그 홍시를  늦 가을까지 까치밥이 남을때까지 먹었다.

가을과 아버지가 주는 선물,

감나무가 없어도 부지런한 아버지 덕분으로 늘 홍시 맛을 봤던,, 그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