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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국립 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

구름뜰 2009. 10. 16. 21:24

 

 

상쾌한 아침 오전 11시에 만나는 브런치 콘서트!

모닝커피처럼 감미롭고 진한 클래식 선율의 유혹

오늘은( 10월 16일) 구미문화예술회관이 개관한지 만 20년 되는 생일날이다.

몰도바 국립 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은 개관 2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몰도바는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해체로 독립된 나라라고 한다.

해체된 나라들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몰도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리기스스탄,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주로 --스탄 정도 인줄은 알았는데..

 

 

해체된 이유는 고프바쵸프의 등장이후 공산주의 국가 내에서 자유화물결이 거세지고

급진적인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질즈음, 1989년의 독일 통일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겼으며

고르바쵸프의 뒤를 이은 옐친은 보다 급진적인 개혁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결국 1991년 공산주의 포기와 공산당 해체를 선언하였고 이로 인해 각 공화국들이 독립되었다.

 

   

이 중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발트 3국을 제외한 나머지 공화국들이

1992년 1월 1일을 기해 독립국가연합(CIS)을 형성함으로써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은 정식으로 해체.

에휴.. 이런 사족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공연으로 알고 넘어가야 겠기에.. 

 

  

소프라노 장선화씨와 테너 정현수씨의 <타임투 세이굿바이>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정현수씨는 내 개인적인 느낌에 도자기굽는 아저씨같이 생기셨는데

무대 매너가 얼마나 진중한지 정말 멋졌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생김새와는! 다른 기품이 넘쳤다. 절제미가 느껴지는 몸짓이었다.

 

반면 장선화씨는 소프라노답게 감성 풍부한 몸짓과 표정,부드럽고 따듯한 눈빛, 

환한 얼굴빛까지. 여성만이 나타낼 수 있는 그 몸짓으로 화답하듯 화려한 무대매너를 보여주었다.

 

진중한 절제미와 딱 여성스러운 우아하면서도 명랑한 얘교까지 섞인 아름다움이 있었다..

클래식의 음악속으로 아름다운 사랑속으로 몰입되는 시간이었다.

 

 

이런 연출을 해 내는 마에스트로 게오르게 무스테아 (1951년생)

하이든의 교향곡 제 45번 '고별' 4악장이 마지막 연주곡이었다.

곡이 연주되는 동안 30여명의 연주자들이 연주 도중에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처음엔 별 관심 없는듯 지휘는 계속된다.

 

중반부에 접어들 무렵, 퇴장했던 연주자 한명이 다시 나타난다.

다른 연주자들에게 뭐하고 있느냐고 빨리 나오라고 손짓을 하고 사라진다.

그때부터 남은 연주자들도 더욱 스피드하게 자리를 뜨기 시작하고 그는 초조해 진다. 

 

일어서는 연주자에게 애교스런 몸짓으로 가지말라고 애원하는 몸짓을 보내기도 하고 

주먹을 쥐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나는 어쩌라고 하는 애절한 몸짓까지,

지휘하다 말고 달려가 붙잡아 보기도 하지만 소용없다.

 

음악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세명의 연주자만 남는다.

지휘를 포기하고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옆에 앉아서 쉬며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지없이 그녀도 떠나고, 낙심하여 축 처진 어깨로 앉았다가 깜빡 잠이든다.

 

두분 남은 연주자도  차례로 연주를 끝내고 퇴장한다.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잠시뒤 다시 들어온 연주자가 그를 깨워주고 자리를 뜬다.

잠에서 깬 그는 놀란 듯  단상에 올라 텅빈 연주자석을 향해 지휘를 한다. 이때부터 연주곡은  객석의 박수소리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마에스트로 살며시 몸을 돌리며 객석을 향해 돌아서서 지휘한다. 

그러다가 쓸쓸히 퇴장하는 모습이다. 객석이 웃음바다가 되고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완벽한 연출이라고 느껴질 만큼 곡과 잘 맞는 상황극 같기도 했다. 

 

 

원래 하이든의 '고별'은 이런식으로 하는지 아니면

오늘 우리만 볼 수 있엇던  퍼포먼스 였는지는 모르지만  매우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아무도 없는 연주자석을 지휘하다가 서서히 돌아서면서 객석을 향해 지휘하는 모습이다.

객석에선 박수 연주가 계속되고.. 

 

 

지휘를 끝내고 쓸쓸히 퇴장하는, 객석은 뒤집어지고..

쇼맨십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그는 음악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몸짓이 곧 음악이어서 설령 누군가 귀 먼이가 있다면 그

몸짓을 보고도 음율이 짐작할 만큼 멋진 무대연출을 보여 주었다. 

 

 

 다시나오는 연주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

 

 

앵콜을 받고 다시 등장하는 장면이다.

 

 

 

 

 

커튼콜도 여러번 있었다.

앵콜을 4번이나 받는 탓에 공연시간이 길어졌고,  모두 귀에 익은 곡들이라 더 감동적이었다.

클래식이 이렇게 흥겨울수가 있다니.. 마에스트로의 역량이 돋보이는 연주회였다.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는 표현을 몸짓으로 나타내는 모습이다.

 

 

남성 연주자 몇분을 불러내 인사를 시켰는데 갑자기 단상에 올라가서 인사해 보라는 제스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고.. 멋쩍어 하면서 퇴장한 이 연주자  다음 인사하는 연주자에게

한 번 올라가보라고 괜찮은 것 같다는 몸짓으로 권하지만,

다음 연주자는 단상에 올리지 않고 객석 앞쪽까지 바짝 데리고 와 인사를 시킨다.

순간 순간 재치있고 뛰어난 순발력으로 지휘자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겁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감성에 충실하며 이완된 기분으로 제대로 즐긴 클래식이었다.

 

 

이 번엔 보란듯이 아깐 너들이 먼저 나갔지만 이번엔 내가 먼저 나간다는 당찬 몸짓. 

닭 쫒던 개 지붕쳐다 보듯 연주자들의 눈길이 마에스트로를 향하고.. 이런 부분까지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밌었고 객석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내고...

 

클래식 음악이 아름다운건 많은 이들의 정성이 모아져서 일 것이다.

한곡을 위해 그들이 쏟아부었을 피나는 노력을 생각하면 감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아름다운 선율,  바이올린이 이렇게 가늘고 섬세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오늘 처럼들었다.

<몰도바 교향악단> 연주는 뛰어났다.

 

끔 구미에 살면서 누리는 이런 문화콘텐츠는 정말 이 도시에 사는게 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맑은 공기와, 서울권에서보다 더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는 지자체가 지원해주고 미리 검증해서 선택해주는 공연물들,  10분이면 가능한 금오산과 명품도시를 위해 애쓰는 여러 분야에서의 노력들

시민들의 토양이 조금씩 조금씩 기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수도권이 아니라도 누릴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공연이 끝나고 점심으로 햄버그와 음료수를 생일턱으로 예술회관측에서 나누어 주었다.

마로니에 잔디공원 벤취에서 늦은 점심을 즐기는 모습들도 보기에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