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나들이

구름뜰 2009. 11. 2. 09:21

11월 초하루인 어제는 칠선계곡 산행을 다녀왔다. 남편 고교 동문회에서 해마다 가는 산행인데

작년가을에는 내장산이었고 올해는 지리산행이다.

시청에서 7시 출발이었는데 집에서 나설부렵엔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기운이 남아있었다.

빗방울도 한 두 방울 잘 다녀오라는 인사처럼 내리고.. 

어쨌거나 카메라에 충전만땅으로 챙겼으니 준비완료다.

국화축제 때문에 바쁜 남편 덕분!에 올해는 혼자서 나선길이다. 

 

 

혼자여도 내 고교 선후배 보다 더 편한 분들이라

은근 싱글이어서 더 호사스러울수도 있을거라는 나들이에 부푼기대를 안고 출발.

남편이 알면 서운할지도 모르지만 같이 갈때보다 조금 더 신난것 같기도 하다!ㅎㅎ

다들 짝궁 데리고 올 터인데 하는 마음도 있지만, 카메라를 챙겼으니 너만 있어도

오늘 내가 누릴 가을풍경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담아와서 내내 즐길수 있을 것이라는 것까지 신났다.

지리산행은 역부로라도 이맘때 쯤 꼭 가고 싶은곳이었다.

'혼자인들 어떠랴'가 아닌 '혼자여서 더 좋을 수도 있으니!' 이또한 여행에 대한 설렘이 추가라 기분이 좋다

 

 

경남은 고향이라 언제나 정겹다. 거창옆길을 지나 함양  경남이라는 말만 들어도 정겨운 이 묘한 향수병!

아무래도 이건 살아가는  동안 평생안고갈 지병이 될 것 같다.

 

 

 

 

칠선계곡은 30년동안 입산통제되었다가 3년전부터 등산로 일부(비선담 통제소까지)만 개방한 곳이다.

골도 깊고 수량도 풍부했다. 눈길가는 곳마다 가을이 절정이고 그 메마른 풍경들이 계곡물과 함께

어우러져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최절정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런 자연을 닮아 울긋불긋 모두들 흥겨운 잔치마당처럼 신났다.

나도 신나고 너도 신나고 카메라도 신나고 모두모두 즐거운 ..

자연의 소중함과 그 자연의 귀함을 아는 사람들끼리 공생해간다면 아름답게 잘 보존되고도

남을그런 자연유산! 칠선계곡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끼는 만큼 귀해지며 그 귀함만큼 아름답고 소중해진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그런 관계 그것은 사람과 사람사이 만이 아니라

우리가 터전으로 사는 이 땅과도 마찬가지라는 소중함을 알고 살아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을 바빠서 여행 못하신 분들 특히 지리산이 가고 싶었던 분들은

다리품 많이 팔았으니 사진 즐감하세요..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올가 싶은 욕심에 많이 담아 왔답니다.

블로그 찾으시는 분들께도 눈요기거리 제대로 제공할수 있겠다는 욕심도 있었구요. 

맘껏 즐감하시고.. 늦가을 만끽 하세요..

 

 

  

 

 

 

 

이런 소같기도 한 곳이 30여군대나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폭포이거나 소 이거나.. 등등 풍부한 수량으로 계곡 물소리가 여름이면 얼마나 장관일지

절로 짐작이 되는..

 

 

 

 

 

 

 

 

 

 

  

 

 

 

 

 

 

찬란한 햇살의 아름다움!

 

 

어디를 들이대도 다 작품이다.

꼭 달력사진 보는 것 같다.

 

 

칠선계곡에서 이곳 비선담 통제소까지가 등산로 개방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약 2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곳이다.

오르면서 계속 소나 폭포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그것은 칠선계곡의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전입가경으로 좋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신청받아서 1회에 20명씩인가 1주에 2회 40명에게만 개방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

  

 

 

그만큼 저 안쪽은 원시림인 셈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좋겠지만 사람들이  와서 즐기면서도 여전히 원시림일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텐데 자연도 공짜가 아니라 보고 즐기기 위해서 우리들이 치뤄야할 것들이 많다는 걸

지금보다 더 잘 알때쯤이라야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입산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인 통제소 계곡에서 도시락을 먹었다.

고된 산행뒤라 기다려지는 건 도시락까먹는 시간!

음료수인줄 알고 후배가 주는 음료를 쭈욱 들이켰는데 오미자 술 이었다.

술한잔으로 식욕을 돋운 탓인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이번 산행에는34명 참석했는데 나처럼 싱글로 온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오르는 동안 더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선배 한 분 싱글로 오셨고 후배는 서너 명쯤 되었는데 선배는 카메라 가방 챙겨주고 지팡이 빌려주면서

엄청 챙겨주셨다. 후배는 형수 넘어지거나 하면 업어준다며 선배눈치 보면서 옆에 붙어다니는,

사랑스런 후배 덕분에 때아닌 아니 예상했던대로! 호사를 누렸다. ㅎㅎㅎ

 

등산로는 험한 편이었다. 

나만 호흡이 가쁜건지 운동부족임을 실감하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지루한줄

모르고 익살꾼 선후배들이 많아서 즐겁게 올랐다. 

 

 

 

이런 정겨움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

우리 회장님 부부다. 도시락 먹고 언니가 춥다고 하니까 얼른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이 자상함

청실홍실같은 이 옷 색깔까지 참 정겨운 바람직한 모습의 부부상을 늘 보여주시는 두분이시다.

언니가 그랬다. 아직도 남편을 보면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그 스무살적 느낌이 그대로 라고..

 

 

입산을 통제하기 직전인 마지막 마을이다. 집이 몇채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이 집은 펜션같았다.

가을날에 이런곳에 와서 하루 유하는 것도 별천지 아니 두메산골 느낌 제대로 날 것 같다.

 

 

 

회장님 부부가 그랬다. "이런곳에 와서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언니왈 "무 배추나 갈아먹고 산에나 같이 다녀도 좋을것 같다고"

부창부수다. 지대가 높아서 마을앞으로 굽이굽이 경치도 좋았다.

 

 

 감도 토종인지 얼마나 작은지 곶감을 한창 말리고 있었는데 시중에 나오는 감보다 훨씬 작았다

 

 

 

 

저 뒤 구름자락이 높아서 넘어가지 못하고 헐떡이고 있는 곳이 천왕봉이다.

천왕봉이 있는 산의  절에는 일주문 다음으로 나오는 사천왕상이 없다고 한다.

천왕봉이 사천왕을 대신한다고, 

불교를 수호하는 신으로 절입구에 들어서면 험상궂은 인상으로 온갖 무기를 들고 위압적은 형상,

일종의 잡귀를 물려치기 위한 엄포용 무서운 형상이 사천왕상인데. 

봉우리에 미리 이름지어져 있으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그래서 산에 천왕봉이 많다고 한다.

 

 

 

 

 

 

저 노란 은행잎 묶음은 생일축하 낙엽다발인셈이다.

이 맥주의 거품은 촛불대신 불어서 날리라는 신호다.

어제는 음력으로 9월 15일 선배님 사모한분의 생일날이라서 즉석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경상도 스럽긴 했어도 폐교 운동장 은행나무 아래서 이런 시간을 가졌다.

추억만들기는  언제 어디서나 지금 오늘 당장 가능한 것이다.

 

 

우리 동문들의 통과의례는 산행을 끝나고 내려오는 회원들을 위해서 몇몇분이 이렇게 꼭 수고를 해 주신다.

산행에서 먹는 도시락도 꿀맛이지만 이렇게 내려오면 언제나 항상 어묵국이랑 다른 주전부리가 준비되어 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이런 손길들 덕분에 가을산행도 언제나 부담없이 즐겁고

또 봄에 하는 체육대회도 잔치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젊고 손 잘맞는 몇몇분의 수고로 누리는 행복이다.

대신에 선배님들은 물심양면!으로 후배들을 북돋아 주니 서로가 일할 맛 나는

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서로간의 돈독한 배려 덕분인지도 모른다.

 

누구 말처럼 잔챙이 후배부터 최고참 선배까지 나이차이가 35년 정도 나니 참 대단한 모임이다.

남편동문 모임인데 시숙같고 시동생같은 선후배들이다 보니 나처럼 남편빼놓고도

자기 동문모임 오는것처럼 신나서 나들이 나서는 것만 봐도 알수있는 남편 동문모임에는 그런 매력이 있다. 

고향사람들 같은  오래 만나온 덕분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전망대다. 지리산은 면적이 구미시만큼 이나 된다고 한다.

산이 험준하고 골도 깊지만 매력있는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산이라고 한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쯤에 출발을 해서 구미 도착은 많이 늦었다.

 

 

오늘 산행도 역시 즐거웠다.

남편에게 혼자갔더니 더 좋아하더라는 말을 했더니, 싱글로 온 선후배가 누구누구더냐고 어떤 녀석이

그렇게 좋아하더냐고 해서 나는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속으로 즐기듯 웃고 말았다.

아침에 나서는 내게 제일 나이 많은 퇴직한 선배님, 주로 싱글로만 오시는 그분과만 파트너를 허락하노라는

남편의 당부!가 있었지만 요행인지 다행인지 그 선배님은 참석을 않으셨다.ㅎㅎ

 

최선의 써비스를 위해 야윈몸으로도 다람쥐처럼 재바르게 산을 누비는 총무후배와,

술한잔만 하면 얘교모드 전환이 바로 가능한 잘생긴 후배,

목청이 어찌나 좋은지 온 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후배,

아내가 있었음에도 유독 사랑의 화살을 목청껏 쏘아주는 바람에  다른때보다 더 사랑스러운 후배

흥이 많아서 주변까지 저절로 흥겹게 하면서도 그 노랫가락엔 아내를 향한 연정이 듬뿍 묻어나는 고문님과

보기만 해도 좋고 든든한 회장님 내외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객지에 살면서 고향선후배들이 함께 모여서 정을 나누니 이 또한 얼마나 반갑고 정겨운 일인지 모른다.

작은아이를 업고 나갔고 지금은 그 아이가 고 3이 되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

어느 후배가 그랫다. 그땐 형수도 새파랬는데...

어느 선배사모님 왈 세월앞에 장사없다. 그래도 아직 이쁘잖아.. ㅎㅎㅎ

당연 나이도 들어가고 하지만 지나온 세월동안 묵혀온 정은 더욱 깊어진다.

주름살 느는 거야 어쩔수 없는 거고 가는 세월에 정이라도 듬뿍 쌓아가니 좋고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