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성탄 새벽송 이야기.

구름뜰 2009. 12. 25. 10:10

시골에서 살던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나는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친구 덕분에 발을 들여놓은 교회는 한 주도 빠짐없이 열심히 다녀야 할 것 같은 곳이었다.

 

 

이브날 저녁 예배가 끝나면 모두 한 곳(교회든 장로님댁 사랑방이든)에 모여 밤을 꼴딱 새는 시간을 가졌다.

교회 언니 오빠 동생들이 한데 모여 밤을 새는 이유는 크리스마스날 새벽찬양을  위해서였다.

새벽4시에 출발 하기 때문에 잠자지 않고 모두 한방에 어울려 놀았는데 별의별 게임을 다했다.

언니 오빠들이 풀기 어려운 퀴즈문제들을 많이 준비해 왔고, 

어린 우리들은 그것이 아이큐와 관련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승부욕에 불타서 

붙들고 푸느라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용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새벽 2, 3시가 금방되었던, 그렇게  4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며 밤을 샜엇다.

 

크리스마스 새벽송은 아무집이나 방문하는 건 아니었고  교회에 다니는 아이든 어른이든 신도 집만 방문했다.

방문을 아는 부모님은 이브날 미리 과자를  준비해 두었고 내 부모님도 언제나 준비해 주셨다.

새벽송에 참석할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는 되어야 했다.

시골이라 한 마을당 대여섯명씩 나누어 갔엇는데 추위 또한 대단했었다.

뿌연 어둠이 그대로 남은 새벽길을 후레쉬를 든 리더를 따라 

산타할아버지나 들고 다님직한 커다란 빈자루를 준비해서 출발을 했다.

세상은 잠들어 있었고 총총히 움직이는 우리들의 불빛과 밤하늘의 별들만 살아있는 것 같은 그런 새벽이었다.   

 

불꺼진 집 마당에 발소리 죽여 들어선뒤 리더의 신호에 따라 

새벽 정적을 깨는 찬송이 시작되면, 그 새벽송이 찬공기를 가르고 울러퍼지면,

그 맑은 화음은 교회에서 부를때보다 훨씬 교교하고 아름다웠다. 

 

'고요한밤 거룩한밤' ' 그 어리신 예수'또는 '저들밖에 한밤중에'등

성탄과 관련한 찬송만 불렀다. ,,

천사가 된듯,  동방박사가 별을 보고 예수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것 같은, 

그런 소임을 맡은 것 같은 묘한 감정이 이는 일이었다. 신비로운 일이랄까...

그 행렬에 참석한것으로 뿌듯하고 영광스럽다는 느낌이 어린마음에 들었었다. .

 

 

찬송이 시작되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방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찬송이 끝나갈 무렵이면 방 문이 열리고

내복차림의 부모님이 과자봉지를 들고 나와서 우리들이 가지고 간 자루에 넣어주셨다.

찬송을 하면서 방에  불이 켜지기만을 기다리는데 가끔 불이 켜지지 않은 집도 있다.

그런 집은 아이가 교회다니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사표시인 경우가 많았고,  

또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개의치 않았고,

새벽송이 끝나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삿말까지 꼭 건네고 물러나왔다.

 

신도가 2명이거나 아니 한명이고  마을이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새벽찬송은 꼭 갔다.  

그것이 그 신도가 이렇게 먼길을 걸어 교회에 다녔다는 걸 알아주는 일이기도 했다.

발끝을 에이는 추위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 새벽 찬양길은

마음안에 번져나는 따뜻한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지는 일이었고 

지금생각해도 정말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동행길로 남아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에는 예배보고 저녁에는 준비한 연극, 찬송, 합창 등의 행사를 치르느라고

하루종일 교회에서 지냈다. 새벽송에서 받아온 과자는 오늘(크리스마스)저녁에 모여서

새벽송 나갔던 우리들만의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도 교회에서 새벽송을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침에 30년도 넘은 크리스마스 새벽찬양길 생각이 난다. ㅎ ㅎ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내도록 울궈내도 모자랄 마음의 양식같은 것을 가슴안에 품고 사는 일 같다... ㅎㅎ

새벽찬양은그 어떤 추억못지 않은 추억속의 명장면 같다!

 

`새벽송처럼, 좋은 기운 듬뿍 받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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