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메밀묵,,

구름뜰 2010. 2. 22. 08:56

 

 

나이가 들수록 이런 담백한 음식이 좋아진다.

어릴적엔 '이런 걸 무슨 맛으로 먹나' 싶었던 음식들이  '이렇게 좋은 음식이었구나' 싶어지는

그것들은 대부분 담백한 것들이다. 잔치국수가 물리지 않는 이유도 그런것 같다.

 

 

어젯밤 11시도 넘은 시간에 출출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후루룩 국수 처럼 만들어 먹은 음식.

구미에는 프렌차이즈 '묵밥집' 이 몇 곳 있다.

잘게 쓴 묵을 멸치육수에 말아서 보리밥 반공기 정도와 함께 나오는데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하절기에는 푸성귀 무친것들이 함께 나오는데,  

묵에 양념장을 넣어 먼저 먹고나서 보리밥에 푸성귀와 고추장 한 숫가락을 넣어 쓱쓱 비벼 먹다보면,

꼭 들에서 일하다가 새참 먹는 맛이랄까. ㅎㅎㅎ (일하다 새참 먹어본 기억은 없지만 그렇다ㅎㅎ)

묵이랑 보리밥 이런 음식들이 주는 졍겨움과 소박함은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식이다.

 

묵은 잘익은 김장김치가 있는 이런 계절이 제일 맛나다.

다른 고명이 필요없고, 간장 한스푼에 김치 듬뿍 넣어서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속까지

개운하게 훌터주는 것 같은, 두그릇 먹어도 부담없는.

 

 

 

이 메밀묵은 명절이면 아직도 묵을 쑤는 친정부모님이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잘 먹지 않고 우리도 만들어 주면 먹은 것.

손이 많이가서 만들려면 작정하고 해야 하는 우리 음식류들.. 이젠 그만 좀 만들라고 하면, 

두분은 "우리가 먹기 위해서 만드는 걸' 하신다. ㅎㅎ

누가 말릴까.. 답이 없다. 덕분에 얻어 먹을 수밖에..

 

 

요 강정도 친정 부모님이  만드신 작품이다.

번거롭고 힘든것을 변하지 않은 입맛이고 습관때문인지  때만 되면 즐기는 모습은

슬로우 푸드인 우리 음식 대부분의 그것과 닮아 있다.

두분의 입맛덕분에 얻어 먹는 특혜를 명절마다 누리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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