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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 송재학
'새순'이라는 시어가 와닿는 쑥으로 쑥국을 끓였다.
레시피라야 너무 쉬워서 후다닥 플러스 라면 한 봉지 끓이는 정도의 시간이면 된다.ㅎㅎ
먼저 다싯물에 된장을 풀어 끓이는데 이때 무가 있다면 굵게 채썰어 넣으면 국물맛이 시원하다.
쑥에다 콩가루를 묻혀 두고, 된장푼 국물이 끓어오르면 무먼저 넣고 다시 끓어오르면 곧바로 쑥 넣고,
또 한번 끓어오르면 양파랑 대파 청양고추 넣으면 끝이다.
쑥 향이 좋으므로 마늘 같은 것을 넣지 않아도 좋다.
오늘 아침에 읽은 시에서 '새순'이라는 시어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는데..
"쑥을 뜯을래도 작아서 손에 잡히질 않어."
쑥파는 할머니께서 요 작은 새순들 때문에 애를 먹은 모양이다.
알고나 먹으라고 하시는 말씀이신듯 했는데 나는 송구스럽기만 했다.
젊은 우리보다 나이드신 분들이 고생하는 사회의 단면을 볼 때면,
가끔 내 나이만으로도 민망해질 때가 많다.
모든 기준이 자본으로만 우선시되고 대접받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다.
어쨌거나 할머니는 팔러 오셨으니 팔아야 하고,
나는 기꺼이 할머니 쑥을 사는 것으로 할머니의 수고에 감사할 뿐인것이다.
송구스러운! 쑥으로 국을 끓였다.
혼자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한 컷을 더!
혼자서도 북치고 장구치고 놀기도 잘하는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신변잡기에 능한 장돌뱅이가 아니었는가 모르겠다.
* 요즘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있는데.
책을 보다가 혼자서 쿡쿡 웃을때가 많다.
이역(열하)에 대한,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온갖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의 성정을 엿보면서 아무래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쑥국도 그렇고, 할머니도 그렇고, 열하일기 박지원도 그렇고.
내 젊음!도 그렇고 살아가는 일들은 이런 다양성을 경험하는 일이고
이것들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들 같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내 마음안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어느 곳에 있든 내가 있는 곳이 내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내가 의미두고 사는 것들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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