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오디 - 그 연(連)한 추억상자들..

구름뜰 2010. 6. 13. 09:33

 

마트에서 눈에 띈 뽕나무 열매 오디다.

벌써 앵두가 나오고 자두도 나온다. 살구도 곧 나올 것 같다.

뽕나무 열매는 잘 익었을때라야 따먹는 것으로 익었다 싶으면 낙과가 되고 색이 덜 나는 것은

단맛이 들지않아 따 먹는 시기도 며칠 되지 않는다.

요 오돌도돌한 표면 돌기가 탱탱해 보이는 요 때라야  단맛이 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릴적엔 과일이 귀했다.

사과밭이나 포도밭 등 과수원길을 지날때면 어린 풋열매 때부터 알알이 굵어져 가는것들을

오며가며 눈길로 탐하던  지난한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탐스럽게 영근것을 볼 때마다 침 넘기는 일이란 또 얼마나 감질나는지.

보는것만 자유자재요  그 알고 있지만 자주 못보는 눈으로만 감상할 수 밖에 없는 맛이란.

지나칠때마다 느끼는, 보고도 못본척 그냥 지나쳐버려야만 그 맛이란.

 

70년대..장날 엄마가 수박이라도 한덩이 사오신 날이면,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마당 펌퍼물을 길어 올려 그것이 시원해지도록 기다려야 했다.

그것을 또 언제먹을까나 눈길로 탐하는 시간이란, 과수원길의 탐미처럼 그렇게 느긋할 수도 느긋 하지도 못했다.

몇번을 졸라야 그것을 건져와서 부엌칼로 쩌억 잘라주던 일

그 빨간 과육을 확인하는 점광석화와 같은 그 순간의 탐미!란 또 어땠는가.

 

 

 

원통을 반으로 잘라 반원으로 그대로 뚝뚝 잘라 주셨는데, 그 과육속에 얼굴을 쳐박듯이 하고 먹던 일..

흰 껍질부위에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붉은 속살은 남김없이 베어 먹던일,,, .

어른들은 더 깨끗이 박속처럼 먹어치우던 일.. ㅎㅎ

뺨에 손목에 수박물이 줄줄흘러도 그 행복이 흘러넘치는 것 같은 맛이란.. .

그 때 수박은 지금보다 더 붉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추억은 각색도 내맘 대로다ㅎㅎ

 

수박은 아무리 커도 한자리에서 다 먹어치웠다.ㅎㅎ

다른집도 그랬는지 우리집만 그랬는지 아니면 그 시절 전통이었는지  모르지만, 

앉은자리에서 다 먹고나면 그 터질 듯한 배를 안고 느끼던 포만감이란,

박배를 잡고 동생들과 번갈아 화장실로 달려가던 기억,, 

달려 가는 동안에 '살짝만 누르면 배가 터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어린 마음에 들었던 듯 하다. 

배가 터질려면 이 정도쯤 이면 그럴수도 있겠다 뭐 그런생각을 수박을 먹었을 때마다 했으니.. ㅎㅎ

동생 셋에  엄마 아버지 여섯명이서 한 통을 해치우는 건 정말 맛있는 행복,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풍족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ㅎㅎ

 

 

 

뽕나무가 많아서 오디도 많이 따 먹었다. 

오디 열매를 보니 이맘때쯤 방과후면 줄창 뽕밭으로 달려가지 않았나 싶다.

키가 닿지 않은 줄기를 잡아당겨 휘어잡고 따 먹던일,  그 연하고 은근한 단맛이란,

배 고픈 시절까지는로는 기억되지 않지만 간식거리가 귀했고

들에 산에 나는 열매들이 과일을 대신하는 멋진 먹을거리 였다.

손가락이  입술이 시커멓게 되도록 동생과 친구들과 따 먹었다.. 

 

제 작년 김천 직지사 주변에 밭을 사둔 지인이 있어 간적이 있었다.

밭을 경계로 뽕나무가 몇 그루 있었는데  오디가 한창인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인과 쿵작! 마음이 동했고 한시간 남짓 오디를 땄었다.  오디 서리를 한 셈이다. ㅎㅎ

요즘은 동네에 따먹을 아이들도 없는지, 그만큼 한가한 어른들도 없는지

서리였지만 내 마음만 그런것 같고 주인은 소출로도 여기지 않을 만큼 관심밖으로 던져 둔것 같은 밭이었다. 

그렇지만 내겐 서리하는 기분까지 더해 오디 따는 일이 그리  정겨울 수가 없었다..

 

그 때 딴 오디로 담은 술이 빛깔이 이리  곱다.

오디의 연한 향이 술에 그대로 들어서  반주로 한잔씩 하기도 한다.

몸에 좋은 약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맛도 레드와인의 그것 못지 않다.. 

 

제철인지도 모르게 바쁘게 살다가, 마트에가면 그나마 먹을거리들을 통해 때를 알 정도다.

문명의 이기 덕분이지만 추억이 없다면 이런 정서적인 풍요까지는 없을것이다.

 

추억이란 대체로 아름답게 남고, 언제 어디 어느 상황에서도 불쑥 재생되는

전천후 아름다운 잠재 정서 같다.

그것이 어느날 그리운 감정과 맞물려서 불쑥 나타나고

그 만큼 그 순간의 풍요를 더해 주는 정서적 지원군 이기도 하다. 

사는 맛의 촉매제 역할 같은 추억,

추억이 많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그만큼 풍요로운 것 같다.

 

 

 

 

오디술 한잔 내어 놓고 보니.

그 옛날 오디를 함께 따먹던 친구나

동생이라도 곁에있어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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