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지산 샛강

구름뜰 2010. 7. 12. 20:00

 

 

장맛비가 시작되는 건지 어제는 오랫만에 비가 흠뻑 내렸다.

칠월 중순 쯤이면 구미시 지산동 앞뜰 지산 샛강에는 연꽃이 만발한다.

오후 느즈막에서야 비가 잦아들어서 우산을 들고 연꽃만나러 가는

바람같은 모습!으로 친구랑 샛강나들이를 갔었다.

 

 

막 세수한 아가처럼 뽀송뽀송한 연잎과 물이 불어난 샛강은 청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20여년 전 만 해도 연꽃은 사진으로나 구경했을뿐 실제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요즘에는 지자체에서 연꽃밭을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곳도 많고,

연차나 연밥등 연을 이용한 식문화가 대중화 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인지

연꽃이 군락을 이룬 곳도 많은 듯 하다.

 

 

연꽃이 개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갔지만

홍연은 한 두 송이만 피었을 뿐 구경할수가 없었다,

망망대해 초록의 바다처럼 푸르름이 지칠정도로 초록이 절정이었다.

 

 

이 꽃만 보면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라고 하는 도종환님의 독백같은 詩  

시꽃 당신!이 생각난다.

 

 

 

 

방울, 방울, 크기도 모양도 위치도 제각각, 제게 맞는 모습으로

 궁글며  물방울들이 사랑을 하고 있었다. 

떨림을 유연하게 잘 버티는 모습이라니.

 

더 많이 가졌더면 잔바람에도 한방울도  남김없이 쏟아버려야 할

위태로움을  알기에 지혜롭게도 제 그릇에 맞도록만

가지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이곱다. 아름다운 배꼽은 또 어떻고..

 

 

 

 

 

백련은 홍연보다 일찍 피는것 같았다.

아직 개화를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홍련에 비해

빗줄기에 흠뻑 적셔 흐드러진 백련은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학 떼가 풀밭에 앉은 듯한 모습이었다.

 

 

꽃사진을 위해서는 일주일이나 열흘 후에 다시 와야 할것 같았고,

이왕 온것 우산을 들고 샛강 길을 한참이나 쏘다녔다. 

비에 씻긴 자연의 청신함은 싱그럽고 상큼하다. 

 

비오는 날 배깔고 엎드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본지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주거환경이 바뀌어서 지금은 사찰 같은 곳에서라야 떨어지는 낙숫물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풍경이 된 것 같다. 하기사 떨어지는 물방울 보는 것 보다, 어른들 만류도 불구하고

우산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던 시절,, 갈 곳, 볼것이라고는 불어난 도랑물 보러가는 것이 다였건만,,  

 

비도 그치기 전에 연꽃 찍는다고 가서는

꽃사진은 한장도 찍지 못하고 연잎만 한 가득 담아왔다.

그렇지만 친구와 한참을 쏘다니는 맛이란,,,어린 시절 그에 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