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고 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아 벌초하기에 좋은 때라고 한다.
주말이면 의례 습관처럼 모여 놀던 지인들이 이번주는 고향으로 벌초가느라 금, 토를 그냥 보냈고,
일요일인 어제 저녁에서야 오매불망 님보고 싶어 달려오듯 우리집에 모였다.
거제도가 고향인 지인이 작년 벌초마치고 오는 길에 해산물을 장봐와서
해산물 파티를 벌였었는데 올해도 푸짐하게 장을 봐 왔다.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ㅎㅎ
나는 내 공간인 부엌을 내 주어도 내외 없이, 내 집 주방같다는 지인들인지라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의 아내 말에 의하면, 남편이 해산물 장보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고향에만 가면
그냥 따라 다닌다고만 한다. 아내는 경주 사람인지라 남편 만나고 나서 부터
해산물 맛을 골고루 보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도 더불어 그 복을 누리는 셈이다.
벌초를 빨리 다녀오려고 새벽 4시에 구미에서 출발했다는 것과,
거제도에 마음에 드는 해산물이 없어 마산어시장까지 다녀온 마음까지 더해
더욱 맛있는 행복을 누린 시간이었다.
종류별로 구색을 갖춰온 실력 덕분에 다양한 맛을 즐겼다.
이 맛난 별미를 어찌 그냥 지나칠수 있으랴. ㅎㅎ 사진 올려 봅니다.
회 좋아하시는 분들 샘 낼까봐 심히 염려됩니다...
혹여 제 블로그 눈요기가 부아를 치밀게 하지는 않겠지요.ㅎㅎ
맛있는 건 행복한 거고, 눈요기는 미각을 돋우는 일쯤으로 즐감하시길..ㅎㅎ
이 생선은 '매가리'라고 했는데 사전에는 전갱이로 나오는 걸 보니,
전갱이의 새끼류를 매가리라고 하는지 전갱이의 방언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숯불에 구우면 좋다는데 팬에 기름 두르고 살짝 구웠는데도
군내가 하나도 없고 맛이 얼마나 담백한지..
돌문어는 물이 끓기시작하면 넣고 넣자마자
서서히 불을 줄여서 살짝 데치는 정도로 해야 맛나다
뜨거울때 잘라서 제일 먼저 즐겼다.
메인 요리 중에 1번 메뉴인 셈이다.
그리고 다음 요리로는 핫꽁치다.
아직은 좀 이른 철이라고 하는데 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동해안 강구쪽에 가면 가을 겨울에 가끔 핫꽁치 조사들을 본 적이 있는데
투명해서 뱃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생선으로 기억되는데. 회로는 처음이다.
입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이 생선은 병어다
감성돔처럼 살고기가 단단했는데 뼈째 그대로여서 씹는 맛이 좋았다.
지인이 손수 칼질을 해서 즉석에서 이런 시간차 요리를 계속 즐길수 있었으니,
일급 주방장 손길 보다 바다가 고향인 지인손길 그저 감지덕지 할 일이다.
살색이 붉이 이 회는 삼치회다.
이것은 핫꽁치보다 더 부드러웠다.
이외에도 양념게장과 젓갈류까지 코스요리 즐기듯 했다.
먹느라 바빠 사진은 빠졌다... ㅎㅎ
일곱명이 모였는데 연배가 비슷한데다 다 시골에서 자라 추억도 많다.
벌초하다 말벌 집을 건드려 15방이나 쏘여 응급실로 간 이야기등
벌초이야기 하다가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세대가 비슷해서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공감가능한 그래서 더 맛나는 추억보따리.
사는 곳은 달랐어도 추억은 거기서 거기다.
소먹이러 간 이야기와 서리이야기에 얽힌 추억이 가장 많았는데,
나는 해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구경도 못한 일들이라 맘껏 상상만 했지만정말 재밌을것 같았다.
만화영화 검정 고무신에나 나올 법한 얘기 아니 그 앞 세대들이라야 가능한 얘기같았다.
어젯밤 들은 맛있는 추억보따리를 풀어보면 대충 이렇다.
꼴 따먹기 놀이
소먹이러 가면 소를 풀있는 곳으로 올려놓고 집으로 가져갈 꼴을 베는데 그 벤 꼴을 따먹기 한다고 한다.
주로 꼴을 베지 않고 놀았던 큰 형들이 제안하는데. 꼴을 무덤처럼 모아놓고 그 곳을 낫으로 던져서
꽂히면 따먹는 것인데, 그 던지기는 낫이 날아가는 방향과 손의 힘 등,
테크닉이 필요한 일이어서 큰 형들은 주로 꼴은 베지 않고 낫던지기 실력만 배양,
동생들의 노동을 착취!해 갈 수 밖에 없는 놀이 였다고 한다. ㅎㅎ
감자 구워 먹은 이야기는 동네마다 달랐는데 그 중 제일 맛있을 것 같은 방법,
돌을 탑을 만들어 밑에서 불을 때서 충분히 달군후 무너뜨려 돌 속에 감자를 넣고
흙을 덮었다가 몇시간 후에 꺼내 먹었다는 이야기.
닭서리 이야기..
닭은 깃털이나 몸통을 잡으면 소리를 내기 때문에 들킨다고 한다.
잘 잡는 방법은 목을 한순간에 비틀어야 성공한다고, 기술이 필요한 서리라고.
대체로 전날부터 모의하여 시간과 목표물 먹을 장소등을 정해두며, 친구중에 자기집 닭을 목표 삼도록
묵인이 있어야 성공하는 서리였다고.. 한 여름이나 겨울에 했고, 동치미나 김치 서리도 겨울 별미였다고.. .
과수원 서리 이야기
수박이나 참외 서리는 익지 않은 것을 따거나 줄기를 밟는 통에 주인 입장에서는 피해가 크므로
차라기 알고도 따가라고 내벼려 두는 것이 가장 피해를 덜 입는 방법이라는 것,
순전히 서리하는 입장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주인이 '이놈들' 하고 고함을 꽥 질렀다간 녀석들이 밭을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간다고..
일리가 있는 애기 같기도..ㅎㅎ
한 지인은 옛날 과수원 철조망 개구멍 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성공,
앗싸하고 쾌재를 부를 즈름, 뒤돌아 섰을때 주인이 떡 버티고 서서,
귀싸대기를 한대 얹어 맞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ㅎㅎ 그분은 지금은 시의원인데
그 때 그 주인 보고 놀란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고, 중 3 때라고 했다.ㅎㅎ
복숭아 밭 서리는 대체로 윗옷을 벗어서 목 부위를 묶어 보자기 삼아 담아왔다가
그 옷을 그냥 입는 바람에 까끄러워서 혼났던 완전 초보시절 얘기도 있었다.
내게도 서리에 대한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한번 있다. 아마도 중 3때가 아닌가 싶다.
여름방학때 고향에 갔을때 였는데, 친구들을 따라 서리하는 줄도 모르고
달밤에 냇가에서 여자친구들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고향 마을 아래쪽 복숭아 밭 서리를 남자애들이 갔던 것 같고,
잠시후 남자친구들이 윗옷을 벗어서 전리품 내어 놓듯 하던 모습,
특히 몇 명은 윗옷을 홀딱 벗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은 있다.
ㅎㅎ
하우스파티는 모일때 알아서들 주류 과일류 김치 아이스크림 등을 사들고 온다.
그래서 모이면 모인 만큼 먹을거리가 푸짐한것이 장점이다.
맛있는 것을 나누는 것도 행복이고 정이며 마음이 느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벌초를 매달 했으면 좋을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년에 한 번씩 누리는 호사가 더 좋게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사람이 먼저 좋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