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웅양포도- 고향의 맛

구름뜰 2010. 9. 24. 10:13

 

고향이 시댁인 동생은 명절에 시댁가는 것을 친정가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사돈 어르신은 명절이면 언제나 동생편으로 내게도 고향음식을 보내주시는데

추석 때면 꼭 송편과 포도를 보내주신다. 예전에는 포도농사를 지으셨지만 지금은 짖지 않으심에도 보내주신다.

실향민들이 고향 생각하면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의미가  깊을 텐데

인정 많은 어르신 덕분에 나는 명절 때마다 고향의 맛을 보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동생은 시댁 다녀 오는 길이면 우리집부터  들른다.

"어머님이 이것도 주셨고,  또 이것도, 또 뭐가 있더라..."

구메구메 실어온 것들을 뒷좌석에서 드렁크에서  내어 주는 일,

시댁 다녀 온 명절 뒷풀이 모습은 언제나 이런 풍경이다.

덤으로 고향 소식까지 풀어 놓으며 고향 냄새 물씬 풍기는 이때가

고향으로 시집간 동생이 제일 부러울 때다. ㅎㅎ

 

내 고향 경남 거창 웅양 굼뜰은 포도가 유명한 곳이다.

웅양포도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고, 올해도 6회 째로 열렸었다.

포도 농사를 굼뜰에서 처음 시작하신 분이 내 기억으로 197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이 고향에서 3-4년정도 포도농사를 지으시고 대구로 78년도에 나오셨으니 

웅양포도는 우리 마을경우만 봐도 35년은 넘는 역사를 가진셈이다.

지금은 작은 아버지들께서도 포도농사를 하고 계시고, 웅양 들판은 포도농장이 많다.

 

열 서너살쯤 되었을가. 캄캄한 밤에 후레쉬를 들고 포도송이에서 단맛을 탐닉하고 있는

나방같은 벌레를 잡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  지금은 비가림 재배라서 얼마나 깨끗한지.

웅양포도는 캠벨 품종이 많고 다른 지역보다 늦게 출하되는 것이 특징인 만큼 단맛이 월등하다.

껍질도 두꺼워 포도알을 빼먹으면서 껍질속의 마지막 단맛까지 쪽 빨아먹으면  그 맛이란..

먹어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란말이야~~ ㅎㅎ 정도다.  

대구나 구미 김천 영동까지 주변에서 나오는 포도를 먹어보면,

고향 포도맛에 비길만한 것이 잘 없다. 고향쪽보다 일찍 출하되어 그런지 모르지만,

지형에 기온까지 웅양이 포도농사와 궁합이 잘 맞는 곳은 확실한 것 같다.

 

사돈어르신은 동생을 이뻐하시고,그에  못지 않게 나도 쬐끔 아니 가끔은 엄청 이뻐하시는 것 같다! ㅎㅎ

명절때마다 어르신의 情을 듬뿍 받는 느낌이다.  마음이 들어간 .

그것을 낼름낼름 받아 먹기만 해서 언제나 송구스럽지만 그럴 때마다 전화 한통 말고는 감사를 표할 길이 없다.

그러면 한결같이 더 고마워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누며 전화를 끊는 것도 매번 똑같은 상황이다.

분명 내가 더 감사할 일이지만 꼭 나보다 더 고마워하시는 것 같은 마음이 짐작되어서

나는 송구스럽기 그지 없을뿐이다. 어찌 주시고도 매번 이런 마음 이신지..

그 성품에 그저 고개 숙일 뿐인것이다.

 

情까지 더해진 웅양포도 고향 못 다녀오신분들 눈요기라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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