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가을무와 배추농사 4

구름뜰 2010. 10. 17. 11:42

 

 

바람의 흔적이다!

감은 없고 잎만 무성한 밭가의 감나무 잎이

어느 결에 예까지 날아들었는지 

햇님, 달님 그리고  흙과 바람과 비,

이런 자연물에게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은총을 받으며 사는지.

 

 

 

2주 만에 밭을 찾았는데  까만 비닐 두둑이 보이지 않을만큼 배추의 덩치가 커졌다..

고랑에는 봄 날도 아닌데 냉이도 다시 올라오고, 비름, 바랭이, 등 이름도 모르는 잡초들까지 

배추를 닮고 싶은지 함께 무성해지고 있었다.

 

 

가을 햇살을 등지고 셋이서 밭을 맸다. 얼마만에 잡아 보는 호미인지.

박완서 선생님의 '호미'라는 산문집이 생각났다.

호미만큼 능률적으로 잡풀제거에 좋은 기구는 없다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농기구!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밭  매는 일이 생산적인 일이라 그런지  노는일보다 기분도  좋았다.

두 고랑쯤 매고 일어서는 순간, 어지럼증이 일었다!

이런 약골로 무슨 일을 할까 싶어 한심한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이라 그려려니 싶은 마음과 역시 농사일은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

 

  

 

산 밑이라 해가 금방 넘어갔다.

3시쯤에 도착했는데 해가 넘어가도록 일을 한 셈이다. ㅎㅎ

에고 힘들어..

매일 이렇게 일하면 금새  꼬부랑 할머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ㅎㅎㅎ

 

 

시금치 여린 순이다.

 

 

상추도 작지만 뾰족뾰족  올라오고,

잔파도 대파도 자리를 잡아간다.

대파는 한달 전쯤에 다 큰것을 왜 심나 했는데 처음 심었던 대파는 녹아내리고

새 땅에 적응한 새 순들이 씩씩하게 올라와서 처음것보다 부드러워졌다.

김장철에 함께 수확하면  좋을 듯 하다. 

  

 

  

 

무도 두둑  한 구멍에 한 포기씩만 놔두고 모두 솎아 냈다.

가을무의 실한 터전을 위해서이다.

 

 

한 포기씩만 자리잡았던 무순들은 이렇게 실하게 잘 자랐다.

열무김치를 담을것을 푸짐하게 뜯어왔다.

옆집에도 나눠주고 열무김치도 담궈 나눠먹을 생각이다.

 

 

뱀도 다녀갔는지 허물을 남겨두고 간 흔적이 보였다.

 

 

산 밑이라 해가 빨리 넘어갔다.

여뀌도 한 달 전쯤 보았을 때 보다 실하게 핑크빛 꽃술이  영글었다...

논의 가을벼는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곳이 더 많지만,

작물들을 수확해낸 논 밭 풍경은 더러 황량한 모습이다.

산을 끝낸 어미 마냥 수고로워 보이는 풍경이다..

 

가을이 조금씩 깊어가고  무와 배추도 잘 자라고 있다.

배추밭위로 가을잠자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늘은 잠자리들의 비행으로 가득차는 듯 하다.

뱀도 다녀간 흔적이 있고, 바람도 다녀가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이 해는 또 매일매일 아침마다 눈부신 햇살을 비춰줄 것이다.  

 

 

 

 

 

 

직접 농사짓고 담은 이 열무김치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든다.

한 달 전만 해도 2-3센티 정도 였는데  감사히 먹을 일만 남았다. ㅎㅎ

이런 풍성함 때문에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 감사하는 마음은

아마도 농심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