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가을무와 배추 농사 6

구름뜰 2010. 11. 24. 20:10

 

밭에 갈 때마다 신기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오늘은 무를 수확했다.

내가 밭에 도착했을 때는 이렇게 무 구덩이에 무를 넣고 있었다.

오전에 정해진 일정이 있어서 한 발 늦었더니,

부지런한 일꾼!들이 후다닥 갈무리를 다 한 상황이었다

그럴줄 알고 뽑아 볼 수 있도록 남겨두기를 당부했는데 

알타리 무 두둑만 2~3미터 남짓 남겨 놓아서 그래도 손맛은 봤다.

 

 

이 저장고를 보면서 어릴적 고향 집 무 구덩이 생각이 났다.

겨울밤은 왜 그리도 까맣고 길기만 했던지..

주전부리라고는 윗목에 꿔다논 보릿자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정겨웠던 고구마 가마니

마당의 무가 전부였던 시절,

어렵고 부족했어도 마음은 풍요로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모든것이 그때보다 풍부한 지금 분별심이 더 생기는걸 보면

가질수록  마음의 여유는 줄어드는가 그런 생각도 든다.

청빈한 삶을 사는사람들이 여유있어 보이는 이유도 그런것 아닐까.

메이지 않을때 초월할 수 있는 것 같은..그런 여유!

 

 

무씨를 늦게 뿌려 무 크기가 껍질채 먹기에도 좋을만큼 알맞게 자랐다.

밭에서 무를 깍아 먹었는데 모두들 맛에 놀랐다.

 

 

배추는  말일 정도까지 더 두기로 했다.

조금 더 속을 채울 작정인데 날씨가 관건이다.

도와주세요.. 하늘님... ^^

 

 

 

 

요 총감김치용 알타리 무는 내가 수확한 것이다.

양이 워낙 많아서 이참에 나눠 먹을 생각을 하니 신났다.

농사와는 상관없는 지인도 둘이나 와서  무랑 알타리, 무청등 푸짐하게 나눠가지고 갔다.

지인 왈, "농사를 짓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데 농사 지은 마음이 어떨까.."

 

오후 내도록 다듬고 준비하느라 정작 할일은 하나도 못했지만

소출을 나눠먹는 이 재미... .

 

 

무 구덩이 삽질이 분주하다.

작년에 이 밭 주인께서 무 농사를 지어서 구덩이에 묻어 두었는데

한개도 남기지 않고 모두 도둑을 맞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도 그런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양도 많고 저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팻말하나 꽂아서 "가지고 가지 마세요"라고 하면 어떨까 등

여럿이서 의논을 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ㅎㅎ 

 

 

쌈용으로 조금 덜찼다 싶은 것을 뽑아 왔는데

속이 이렇게 노랗다...

아마도 말일 쯤이면  멋진 상품이 될 것 같다.

신기하다..

처음에 모종할때 2 ~3 센티 정도이던 것이 이렇게 잘 자랄줄이야,

이건 너무 과분한 소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많은 알타리김치를 담구는 것도 처음이다.

 

나눠 먹을 생각에 할 일 제쳐두고 앉으니 신났고,

이왕이면 저녁에 먹게 해 줄려니 혼자 바빴다.

 

 

이 김치는 제니네 준 것인데 녀석, 와서 맛보면서 껌뻑 넘어가며 기꺼워하는 모습이라니..

또 한통은 지인 동생에게 주었는데 역시나 이런 맛이 참 맛이다. 

 

 

무가 워낙 맛있어서 김치 맛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맛있는 행복을 나누는 맛이랄까.

오늘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다.

 

 

무에서 나오는 무청으로 시래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양이 워낙 많아서 말려야 하는데 머리를 쓴 것이

세탁소용 옷걸이에다 걸어서 말려보기로 했다.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빨랫줄에다 옷걸이를 걸어 두었다. 

 

맛있는 풍경을 보는 기분이다.

시래기국은 겨울 밥상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니 잘 활용해서

겨우내 시래기를 즐겨보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다.

 

 

내 손으로 농사지어 담근 김치니  그 어떤 김치보다도 소중한 것으로 느껴진다.

날이 더워도 걱정 추워도 걱정 비가 안와 걱정이던 시간들의 결정체다. 

 

마음이 가고 그것에 신경쓴 시간이 있었기에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것이 되는 것일게다.

무엇이든 마음간 만큼 내게 의미 있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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