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김장을 했다!
구월에 처음 파종을 하고, 일주일에 한 두번씩 밭으로 달려가 물을 주면서
과연 요 어린 순들이 한아름 김장용 배추로 자랄 수 있을까. 김치까지 가능할까.
약간은 의구심을 가졌었다.
날씨도 따라 주어야 하고 배추벌레 피해 등 변수도 많을 것이라 솔직히
하늘만 믿고 땅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ㅎㅎ
올해 배추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배추값 파동 전에 시작한 일이고, 시장 상황에는 관심도 없었지만 주변 반응이 재밌었다.
비쌀때는 "비싸서 좋겠다" 라는 반응과, 그 이후에는 "앞으로 폭락할 것이라더라" 등등
그렇지만, 팔 것도 아니고 살 것도 아니라서 관심 밖이었다..
배추 수확을 지난 금요일에 했다. 기대했던 것 만큼 속이 꽉 차질 않아 가벼웠지만 .
그래도 직접 지은 것이라 기꺼운 배추들이다. 세가구에서 먹을 만큼씩 나누었다.
집까지 배달해주던 김장용 배추를 바리바리 싸들고 나르는 일도 장난 아니었다.
드디어 그동안 잘 참아오던 지인이 한마디 했다.
"농사일 너무 힘들어요 이젠 그만 하고 싶어요." ㅎㅎ
`누구나들 하시겠지만 김장 과장 짧게 올립니다. `
이맘때면 우리집에서 거의 쓸모없이 지내던 욕조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인다.ㅎㅎ
다시마 멸치 새우 북어 등 갖은 재료를 넣어서 육수를 만든다.
그리고 이 육수에 찹쌀 2-3시간 불린 것을 넣고 걸죽하게 죽 끓이듯읏 찹쌀풀을 쑨다.
배추 포기가 작아서 몇 포기인지 세지는 않았지만,
예년에 열다섯 포기 정도 했는데 부피로 봐서 이번에 그 배 정도의 포기는 한 것 같다. .
김치 양념은 김장 때는 조금더 신경썼다. ^^
오래두고 먹을 것이고 년중 김치맛이 최고일 때이기도 하다.
새우젓, 멸치액젓, 태양초 고춧가루, 매실청, 마늘 생강, 잔파, 대파, 무, 물엿 대충 이정도 넣었다.
생굴을 마지막에 조금 넣었다..
작년에는 혼자서 했는데 올해는 이웃사촌 둘이 와서 함께하는 바람에
얼마나 수월했는지 모른다. 바쁠때는 일손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지인이 김장 전부터 자기도 꼭 해보고 싶다며
일 잘하니 꼭 불러달라는 문자를 보내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 ㅎㅎ
기쁨 있어 함께 하면 배가 되고
슬픔 있어 함께 하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더니
힘든 일을 덕분에 쉽고 재밌게 했다.
'가을무와 배추농사'라는 타이틀로 기록을 남기면서도 긴가민가 했는데
드디어 명작처럼 요 사진을 남길수 있으니 얼마나 뿌듯한 마무리인지.. .
농사가 처음인데도 이렇게 김치까지 가능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이웃들 덕분이고, 하늘, 땅 덕분인 것같다.
그 동안 가 볼 곳이 있어서 좋았고, 그것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먹을거리를 거두어 들이는 일까지 너무 좋았다.
마음이 풍성해지고 기분좋았으며 배까지 부른 이런 멋진 일을 내년에도 꼭 해보고 싶다.
** 김장 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나요? 아마도 다들 하셨겠지요.
김치 맛보고 싶으신 분들 있을래나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맛을 보여 드릴 수 없음을 몹시도 안타깝게 여기며,, ㅎㅎ
<가을무와 배추농사> 기록은 여기서 끝냅니다.
두서 없지만 김치까지의 과정을 남기고자 했던
애초의 계획을 이룬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뿌듯하답니다. 맛있는 겨울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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